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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슈퍼결핵 - 박인환

질병은 인간의 역사와 그 궤적을 함께 해왔다. 오랜 세월 서로 극복하고 진화하며 질긴 인연의 끈을 이어온 것이다. 인간의 질병 가운데 결핵의 역사가 가장 길다. 석기시대 인골에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가장 오래 된 질병임에 틀림없다.

 

질병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질병의 왕'으로 불린 결핵균이 독일 세균학자 R 고흐에 의해 발견된 때가 1882년이었고, 치료약인 스트렙토마이신이 개발된 때가 1944년이었다. 결핵은 원인균을 찾아내고서도 1백여년에 걸쳐 인류에게 큰 재앙이었다. 예술 철학 문학등 각 분야에서 천재로 알려진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도스토예프스키, 쇼팽등이 결핵으로 숨졌다. 우리나라의 천재시인 이상(李箱)도 이 병으로 숨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결핵으로 아직도 지구상에서 매년 200만명이나 되는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신규 결핵환자가 3만4000여명 발생했으며, 연간 3000여명이 사망하고 있다.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부끄러운 기록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후진국형 질병 정도로 치부하던 결핵이 다시 고약한 형태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주 민주당 최영희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국내 슈퍼결핵 환자수는 1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결핵은 세균의 진화 때문이다. 새로운 항생제에 대응해 세균도 내성을 기른 것이다. 기본 항생제로는 듣지 않는 균으로 발병된 결핵을 다제내성(多劑耐性), 그 보더 더 강해 현존하는 어떤 약도 듣지 않아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결핵을 슈퍼결핵으로 분류하고 있다. 슈퍼결핵은 투약을 조기중단하거나 불규칙 치료를 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야 할 20∼30대 환자가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복한 줄만 알았던 세균이 인류에 반격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과 함께 기존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 균의 내성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플루도 일종의 변형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진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박인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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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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