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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책을 읽읍시다 - 김년균

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책은 인격형성의 초석이 된다. 책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 준다. 책은 인류가 자랑해야 할 가장 큰 지적 재산이다.

 

책 중에 으뜸은 문학이다. 문학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어떤 수치나 계산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줌으로써 인간의 꿈과 이상을 무한궤도로 끌어올린다. 문학이 책 중의 책이란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천착함으로써, 그 자체가 미지의 경험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일은 삶의 경험을 쌓는 일이다. 가령,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의 행동과 사상을 통해 우리는 미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얻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아직은 세상에 없는 미지의 세계다. 또한 감동깊은 시 한 편을 읽게 되면, 그 시의 내용 안에 담긴 향기와 아름다움 속에 듬뿍 빠지게 됨으로써 자신도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고픈 충동에 빠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

 

문학은 인간의 메마른 심성을 메마르지 않게 촉촉이 적셔줌으로써, 각박한 세상을 각박하지 않게 순화시킨다. 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그 어떤 책보다도 가치 있는 이상적 학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선 '책읽기 운동'이 한창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에서도 여러 관계 기관과 중앙 신문사 등이 연대하여, 금년 내내 이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때론 살아 계신 원로문인의 작품 낭독회를 갖고, 때로는 작고한 문인의 명작을 현역 문인이 찾아 읽는 낭독회를 갖는다. 장소 역시 다양하게,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 창경궁의 춘당지, 태릉의 육군사관학교 교정 등지를 비롯하여, 남쪽 바다가 있는 통영의 청마문학관, 원주의 토지문학관, 옥천의 정지용문학관 등을 돌아다니며 개최했고, 역사적으로 백제문화권에 있는 일본의 오사카를 찾아가 '백제시 낭송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달에는 고창의 미당문학관에서 저명한 원로문인들을 모시고 청소년을 위한 문학강연회와 함께 '미당시 낭송회'를 갖기로 예정되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다. 과연 문학에 뿌리를 둔 국민임을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시를 잘 지어야 장원급제 할 수 있지 않았던가. 시로써 인재를 뽑던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달리 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선조는 시(문학)를 익히며 현명하게 살아왔다.

 

문제는 실천이다. 관심만으론 안된다. 실제로 책을 펼쳐 들어야 한다. 집이나 전철에서, 또는 어느 장소에서든 틈만 나면 책을 펼쳐 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독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이웃의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소위 선진국 국민들은 독서를 생명처럼 여긴 지 오래다. 읽을 만한 소설이나 시집이 나오면 단숨에 수백만 권 팔리는 건 별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서점의 문학코너는 어떤가. 어쩌다 한두 권 반짝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뿐, 파리만 날리고 있지 않은가. 하긴,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만들어도 별 효과가 없는 걸 보면 더할 말이 없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가 바로 서야 나라도 희망이 있다. 그리고, 문화는 당연히 문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달이 가기 전에 우리는 잘못된 독서생활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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