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지난 1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전북도교육청과 전북대학교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사실 기대는 별로 안했다. 그간의 예로 볼 때 어차피 두 시간 남짓 정해진 일정을 때우고 넘어가는 요식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지방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될 때마다 '물 감사' '솜방망이 감사'라는 꼬리표는 항상 언론에 오르내렸다.
올 분위기를 썰렁하게 했던 또 다른 요인도 있다. 국감이 실시된 15일은 전북도교육위원회 회의규칙에 따라 도교육청에 대한 도교육위원회의 정기회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전북대학교는 개교기념일로 당초 임시공휴일이 예정됐던 날이다. 국감의 의미와 필요성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지만, 왜 하필 사전조율도 없이 이런 날을 잡았을까 생각해보니 지역이라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은근히 언짢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은 괜찮았다. 의원 1인당 2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의원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냥 스쳐가는 예전의 외유성 국감은 더 이상 아니었다. 자신의 출신 지역구도 아니고 지역실정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흔적이 엿보였고,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지역언론에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려는 노력도 있었다.
전북도교육위원회는 국감에 치여(?) 15일 개회식만 가진 뒤 16일부터 지역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했다. 역시 큰 기대는 안했다. 교육계 원로들의 모임답게 교육행정의 잘 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너그럽게 훈수(?)하는 듯한 모습이 그동안의 의정활동이고 행정사무감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뭔가 달라진 것 같다. 내년에 표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어서인지 나름대로 진지하고 열심이다. 둔감한 탓인지 그동안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도 이제는 느낄 수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도교육위가 앞으로 상당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렇다고 도교육위에 대한 아쉬움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교육위원도 사람인 이상 내년 선거와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눈밖에 나기 쉽다. 또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욕에 비해 준비성은 아직도 부족하다. 행정사무감사는 1년(도교육청·전주시교육청) 또는 2년(시·군교육청) 동안 행정이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찾는 자리다.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교육위원들에게는 자료요구권도 있다. 그러나 사전 자료요구도 없이 감사당일 질문시간을 통해서야 자료를 요구하고, 업무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것은 행정사무감사의 의미를 스스로 축소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지역과 직접적으로는 별 상관도 없는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감을 위해 700여건에 가까운 국정감사 자료를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도교육위원회의 자료요구 건수는 비교도 안된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의 행정을 가장 잘 알고 전북도교육청의 행정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고 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전라북도교육위워회 위원들이다. 국정감사가 아닌 도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가 진짜 긴장감있는 그런 자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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