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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배움의 즐거움 나누는 일 보람"

주부·실버세대에 무료강좌 열어주는 배영길씨

자신이 운영하는 입시학원에 평생교육원을 개설해 무료로 사람들에게 배움의 나눔을 하고 있는 배영길 원장(52·남원시 도통동). 주부 및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초 한글 교육을 비롯해 수학·음악·미술·문예 창작 강의, 요리 강습 등에 관한 수업을 열고 있는 그는 6년째 현재까지 묵묵히 이 강좌를 해오고 있다.

 

"몇 년 전 제가 운영하는 학원에 젊은 여자 두 분이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한글만 겨우 깨우쳤을 뿐이라고 학원에 등록하면 공부를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더군요. 젊은 나이에 어디서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해왔겠구나 싶어져 맘이 짠해졌어요. 이런 분들을 위해 무료 강좌를 열면 보람되겠단 생각을 했죠."

 

곧 그는 남원학원연합회 회원들과 2004년부터 남원시민평생교육을 위한 무료강좌를 열었다. 때마침 이 강의실을 찾은 김순례씨(68)는 "길거리 표지판도 볼 수 있고, 은행일도 스스로 볼 수 있고, 공과금도 혼자서 낼 수 있게 됐다"며 "문자 메시지 보내는 법도 배워서 요즘은 손주들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메시지를 주고 받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원장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대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배움이란 일생동안 계속됩니다. 우리 고장 남원은 소도시라는 한계에 부딪혀 배우고 싶어도 여의치 못해 배울 기회를 놓친 사람이 많아요. 이들을 위해 담당할 수 있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강좌는 회원들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불가능 한 일. 배 원장은 무료강좌가 있는 날이면 수업이 있는 학원을 찾아가 뒷바라지를 한다고 했다. 강사들의 식사도 챙기고 만학의 할머니 두 손엔 우유 한 잔을 건네기도 하는 것.

 

다른 학원 원장들의 적극적 참여와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은 그의 다양한 활동과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또한 지역신문에 강좌에 관한 광고를 싣는 등 홍보도 계속하고 있다.

 

돌아서는 길에 배원장이 마지막 보여줄 것이 있다며 편지 몇 통을 꺼내 보여주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진 편지는 무료강좌를 거쳐간 나이 많은 제자들에게서 받은 편지.

 

빛바랜 편지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열의와 사랑이 전해왔다.

 

/임영신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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