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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은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가치"

독일 생물학자 레기너 얀 박사·전북환경운동연합, 부안 줄포·새만금 간척지 찾아

21일 부안 줄포생태공원을 찾은 독일의 레기너 얀 박사 일행이 갯벌 생태계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desk@jjan.kr)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이 자연 생태계에서는 가장 중요해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갯벌의 모습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레기너 얀 박사(독일시스템생물학회장·베를린 프라이어대학교 달럼식물관장)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21일 부안군 줄포면 갯벌을 찾았다.

 

"20여 년 전 처음 본 한국의 갯벌에서 우연히 '짱뚱어'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독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물을 보니 반갑고 그만큼 잘 보존된 갯벌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죠.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그렇게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어요."

 

각종 연구와 세미나로 한국의 습지들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그가 전북의 갯벌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 바닷바람이 강하게 몰아친 이날 부안군 줄포면 자연생태공원의 넓은 갯벌을 흥미롭게 살펴보던 얀 박사가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생태 관광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갯벌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네요.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갯벌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거죠. 관광객의 입맛만 생각해 모든 갯벌에 갈대를 심고 습지를 채우는 물길을 막아 길을 놓으면서 계속 훼손되고 있어요."

 

갯벌은 자연 그대로 보존될 때 가장 가치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갯벌에는 보이지는 않아도 산소를 생산하는 엄청난 양의 규조류부터 서로 먹고 먹히는 복잡한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다. 먹이 사슬의 근간이 바로 규조류인데 갯벌과 그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로 규조류가 사라지게 되고 결국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갯벌에 조성하고 있는 생태공원들은 독일의 그것과는 만드는 목적부터 차이가 극명한 것 같아요. 독일은 처음의 갯벌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만 한국에서는 사람을 위한 관광지로 만드는데 급급한 것 같아 보입니다."

 

독일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 사람들의 발길을 차단하고 어로를 금지하는 등 '식물의 종 다양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사람을 끌어모아 생태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갯벌 주변에 차가 다니기 쉽도록 아스팔트를 깔아 도로를 만들고, 사람들이 구경하기 쉽도록 갯벌 안에 길을 만들거나 들어가서 놀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은 모두 습지를 훼손하는 행위.

 

"습지 보존을 위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바로 '바덴해 갯벌'이에요.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의 400여km에 걸쳐 펼쳐진 이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어요. 갯벌 생태계가 독특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죠."

 

'바덴해 갯벌'이 세계문화유산이 되기까지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과 생명의 땅인 갯벌을 잘 보존하려는 지역민들과 환경운동가·과학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전북을 둘러보면서 산과 강, 바다 모두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산을 깎고 물길을 막아 곳곳에서 공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종합적인 계획을 갖고 한 번에 진행해야 환경 파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부안군 줄포면과 새만금 간척지를 둘러본 얀 박사는 "순간의 즐거운 관광을 위한 마구잡이식 개발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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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리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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