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북독립영화제' 준비하고 있는 전병원 집행위원장…재원·인프라·인력 열악한 실정
"전북독립영화제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자발적 영화제입니다. 시민들이 자기가 만든 작품을 공유하고 싶어 자리를 만들었고, 판이 커지다 보니 지역 감독도 발굴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것이 영화제의 중요한 역사성이고, 때문에 힘이 들더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9일 개막하는 '2009 전북독립영화제'의 전병원 집행위원장(41). 지난 7월 사단법인 전북독립영화협회(이하 전북독협)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영화제 집행위원장까지 맡게된 그는 "지역 영화감독 발굴이 영화제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판에서 전 위원장은 아직은 낯선 얼굴. 부안이 고향이지만, 전주 해성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부터 줄곧 외지 생활을 해왔다. 한 때 신부(神父)가 되고자 했지만, 스물두살때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울예술대 극작과와 파리Ⅰ대학에서 공부했다. 2년 반 전 쯤 귀국해 시나리오를 쓰며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이번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김건 감독의 '패밀리마트' 시나리오 작가가 바로 그였다.)
"시나리오를 쓰려면 자극이 필요하죠. 그래서 한달에 한두번씩은 꼭 서울에 올라가 영화를 보고 왔어요. 지방에 있다보면 그 자극 요소를 찾지 못해 갑갑증을 느끼게 되는데, 현재 우리 지역에서 영화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독립영화 1년을 결산해서 볼 수 있도록 주요 독립영화제 수상작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독립영화제가 지역 영화인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원했다. 전 위원장은 "현실은 현실"이라며 "지역 영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영화감독들은 지나친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기를 기를 죽이고 싶진 않지만, 비교도 당해보고 자존심도 상해봐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만들어 지거나 지역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온고을섹션'은 출품작 수나 작품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공모기간까지 늘려가며 좋은 작품을 선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폐막작도 지역 작품으로 하고 싶었지만, 올해 전북에서 만들어진 장편은 없었다. (폐막작 '패밀리마트'는 지역 감독 작품이지만, 지난해 제작됐다.)
유료(5000원)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초대권을 아예 홈페이지(http://www.jifa.or.kr)에 올려놓는 것도 올해 영화제 특징. 전 위원장은 "특히 독립영화제는 단순히 유료관객 숫자가 영화제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유료관객이 250~300명 선인 현실에서 얼마 되지 않는 티켓 수익에 매달리기 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더 영화제를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원이나 인프라, 인력 등 짐작은 했었지만 안에 들어와 보니 내부 상황은 더 허술했죠. 내년이 독립영화제 10년인데,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독협에 들어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전 위원장. 무엇보다 자기 일만 하면 되는 시나리오 작가의 이기적인 성향을 버리고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스스로 버텨낼 수 있을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올해는 전 위원장을 비롯해 영화제를 준비하는 스탭 모두가 초짜다. 하지만, 슬로건만큼은 거창하게 정했다. '대한민국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성공 이후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무책임한 장밋빛 전망들이 남발되고 있지만, 지역 영화인들의 마음에는 아직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2009 전북독립영화제'는 29일 오후 7시 CGV전주에서 개막, 11월 3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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