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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덕진수영장 리모델링, 왜 도비 들여야 하나 - 김원용

김원용(편집부국장)

농어촌 도시에서 그럴듯한 큰 규모의 건물이나 시설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면 종합문예회관이나 체육시설인 경우가 많다. 민선시대 시군마다 문화공간과 체육시설 확충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 도로 등 산업기반시설에 투자가 집중됐다면 근래에는 문화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생활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공간은 정신을 살찌우고 체육공간은 육체를 살찌운다. 모두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시설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하기 어려운,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화공간 확보에 자치단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활용도다. 수 백억원을 들여 문화예술회관을 지어놓고 군민의 날 행사나 치르고, 유명 강사를 초빙해 몇몇 특강이나 진행하는 정도라면 투자비가 아까울 수 밖에 없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는 수백억원을 들여 문화공간까지 포함한 동사무소를 건립한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동사무소에 문화공간을 갖추지 않는다 해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할 리 만무하다. 반면 별다른 문화시설이 없는 농촌 도시의 경우 기본적인 문화기반 시설이 꼭 필요하다. 돈이 넘쳐나는 서울 강남구에서 동사무소에 지을 건축비를 농어촌 도시에 지원해 문화공간을 갖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도 문화시설에 몇 십억 지원하는 것이 고작인 상황에서 언감생심이다.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요즘 전주 덕진수영장과 전주 덕진예술회관의 리모델링 논란을 지켜보면 참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덕진수영장을 누가 이용하는가. 전주시민이 이용하는 시설일 뿐인 덕진수영장을 전북도에서 소유하고 이에 필요한 관리비용을 도비에서 부담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물론 과거에 수영장이 많지 않았고, 전국대회 등을 치르기 위해 도차원의 수영장 건설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마다 수영장이 있고, 덕진수영장을 이용하는 전주 이외 지역 주민은 없다. 이런 시설에 도비를 들여 리모델링 하는 것을 타지역 주민들이 곱게 볼 리 없다.

 

전주시가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덕진예술회관은 어떤가. 전주시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덕진회관을 신축하고 인근 도립국악원까지 포함해 덕진문화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용역결과 덕진회관 신축비만 5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인근에 국내에서도 빠지지 않는 한국소리문화전당이라는 대규모 문화공간이 있고, 바로 옆에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이라는 공간도 있다. 그럼에도 문화공간이 부족하고, 다양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면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단지 시에서 관리하는 큰 문화공간이 없다는 점 때문이라면 말이 안된다. 문화예술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는 남원시가 자체 문예회관을 갖지 않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이라는 좋은 공간을 옆에 두고 시에서 관리하는 예술회관이 없다고 혈세를 들이는 일을 벌이지 않았다. 관리자가 누구든 기왕의 문화공간을 잘 활용하면 되는 일이다.

 

사실 소리문화전당의 경우도 굳이 도에서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어차피 도에서 전문인력이 직접 관리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한 마당에 시로 넘겨주는 바람직하다. 문화와 체육시설에 대해서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모두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게 법제화 되어 있어(지방자치법 시행령) 누가 해서는 되고 안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광역단위의 시설이 아니라면 가급적 시군에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도에 여력이 있다면 재정능력이 되고 관리능력도 있는 전주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쪽에 눈을 돌려 보살펴야 하지 않을런지. 기왕의 문화체육시설이 잘 활용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생색나는 일은 아니지만, 주민 삶의 질을 진정 생각하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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