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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사회를 바꾼다] 환경단체·마을주민 참여 '도랑살리기사업'

산뜻하게 탈바꿈된 완주 상관면 원마치…"마을에 생기가 돌아요"

2008년부터 시작된 완주군 상관면 원마치마을의 도랑살리기 운동. 1년전(사진 아래) 활동을 시작할때와 비교하면 제법 정비가 돼 깔끔해졌다. 사진 위는 지난달 말 실시된 정화활동때의 모습. (desk@jjan.kr)

큰 강이 문명을 만들고 하천이 도시를 만들었다면 도랑은 마을을 이루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만들었다. 실핏줄 같은 도랑이 있어 대지는 넉넉했다. 빨래터의 수다와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웃음, 저문 해에 삽과 몸을 씻고, 물길을 막아 논에 물을 대던 도랑은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자 확장된 생활공간이었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생활하수, 축산 폐수, 농경지로부터 비료, 농약 등이 유입되면서 가재도, 다슬기도, 송사리도 사라졌다.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소각, 야적물 방치로 도랑 주변이 지저분해졌다. 마을도로 확장을 위한 도랑 복개, 콘크리트 제방 설치 등으로 인해 도랑은 원래의 모습을 잃고 물이 말라 갔다.

 

지난 10월 28일 "도랑 치고 가재 잡자" 구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완주군 상관면 원마치 마을 도랑이 산뜻하게 탈바꿈했다. 마을 주민과 만경강민관학협의회, (사)하천사랑, 상관면 공무원 등 50여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도랑가의 생활쓰레기와 농업용 폐자재를 말끔하게 치우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꽃밭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됐다.

 

원마치 주민들이 도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만경강 유역이자 상수원보호구역임에도 오래된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마을 도랑을 살리자는 김재승 대표(한국도랑살리기 추진단)의 제안에 김용복씨(원마치 이장)가 적극 공감해 2008년 11월, 환경부 시범사업으로 도랑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중장비를 동원해 하천 바닥에 쌓인 오염된 퇴적물을 걷어냈다.

 

김 이장은 농촌이 고령화 되고 이농현상으로 빈집이 늘면서 각종 생활 및 농업쓰레기가 도랑 주변에 방치되거나 소각되고 있었는데 환경단체의 도움으로 마을이 환해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작년 1차 수거 이후 다시 쌓이지 않도록 부녀회가 앞장서서 분리수거를 독려했고, 마을 회의를 열어 도랑가의 농자재나 폐목재를 자진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며 주변 마을에도 도랑살리기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한국도랑만들기 추진본부의 김재승 대표는 "정부가 요즘 4대강을 살린다고 하는데 정말 물을 맑게 하고 홍수를 막으려면 4대강의 원류인 마을의 도랑과 개천을 살려야 한다"며 "도랑이 살아나면 마을공동체 회복과 농촌 마을만들기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만경강민관학협의회 오문태 위원장은 "새만금 수질개선은 비점오염원(양식장, 야적장, 농경지 배수 등 광범위한 배출경로를 갖는 오염원)을 줄이는 것인데 만경강 유역의 도랑을 살린다면 수질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도랑살리기 운동이 완주군을 비롯한 새만금 유역 전체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랑살리기 운동은 민간단체인 (사)물포럼코리아의 제안을 환경부가 받아들이면서 시작했다. 환경부는 2012년까지 전국 4대강 유역의 도랑 1000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고, 500개소에 대한 정화활동 및 생태복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 추진은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된 한국도랑살리기추진단에 맡기고 자치단체의 참여를 독려하는 지원방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재승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300개 지점의 도랑을 조사했지만 시범 사업은 올해 15개 마을에 그치고 있다"며 "각 시군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4대강 정비사업이 본격화 되었으나 본류 중심의 대규모 토목공사 위주로 추진되다보니 지속적인 사업이 불투명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현 NGO객원기자(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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