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경제생활팀장)
최근 이마트가 16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 등 행사를 펼치고 있다.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126개 점포에서 1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이마트가 상품의 원가와 비용을 줄여 주요 품목의 가격을 경쟁사나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 확실하게 낮추겠다는 말도 들려온다. '제2의 가격전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재래시장 등의 고민이 커질 것이란 점이다.
문제는 우리 유통시장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가득 들어차면서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이 무너지고, 회생 난망 상태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점이다.
1998년 이마트 전주점이 개점했을 때 일이다. 당시 이마트가 셔틀버스를 도입, 손님을 싹쓸이하자 코아백화점과 농협 하나로클럽까지 셔틀버스 운행 경쟁에 가세했다. 이에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은 물론 택시와 버스 등 운송업계까지 가세해 강력 반발했고, 결국 셔틀버스 운행은 사라졌다.
그러나 대형마트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 입점을 저지할 수 없었고,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넘어갔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변한 것은 하나도 없고,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10년 전 2개에 불과했던 대형마트가 지금은 6개가 넘는다. 게다가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서 골목상권까지 무너질 상황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이 연합, 중소상인살리기 전북네트워크를 출범시켜 대응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문제가 초래된 것은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안일한 대응이 한 몫을 했다.
정부와 국회는 WTO의 제약을 피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 대형마트 영업을 다소나마 제한할 수 있는데도 그저 뒷짐지고 있었다. 똑같은 조건의 선진국들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상당부분 제한, 동네상권을 보호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재래시장 보호를 명분삼아 대형마트 건축승인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이같은 대응방식이 현명치 못했다는 사실은 잇따르는 법원의 패소 판결로 증명되고 있다.
멀리 강원도, 경상도의 경우를 예로 들 필요는 없다. 정읍시는 롯데마트 입점을 무리하게 저지했다가 소송에서 패하자 슬그머니 건축허가를 내줬다. 전주시는 효자동 복합건축물의 대형마트 입점 문제를 내세워 승인하지 않았지만 최근 법원은 사업자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다면 이같은 과정에서 이익을 취한 자는 누구인가. 동네상인인가, 재래시장 상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지자체는 '상인보호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생색을 냈고, 이처럼 지자체가 신규 진입 대형마트를 저지하는 동안 경쟁관계의 대형마트들은 안정적 이익을 취했다. 그 이익은 어디로 갔을까.
지자체가 대형마트 입점 저지에 다소 무리하면서까지 행정력을 동원한 충심은 공감한다.
하지만 지자체와 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선진 유통시스템을 제대로 벤치마킹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어렵게 접근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요즘 소비자가 비오는 날 장보러 가는데 전주천 둔치 주차장에서 우산 쓰고 남부시장에 가는 경우와 대형마트 실내 주차장에서 카트 밀며 에스컬레이터 타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볼 일이다. 비오는 날 우산 쓴 채 무거운 장바구니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싶은 소비자는 없다.
지난 10년간 재래시장의 주차장은 얼마나 개선됐는가. 그래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정부와 지자체는 동정심을 덧칠한 재래시장 상품권을 억지스럽게 유통시키기 보다는, 소비자가 쉽게 시장을 오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김재호(경제생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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