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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막걸리가 뜨고 있다 - 황의영

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막걸리가 한일 정상회담 만찬 시 건배주로 사용되는가 하면 서울의 일류백화점 주류 판매실적에서 와인과 맥주의 판매액을 앞섰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막걸리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3/4분기까지의 막걸리 수출량은 4,380t, 수출금액으로는 356만 2천달라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물량은 24.1%, 금액은 23.2%가 각각 늘어났다. 수출국 또한 기존의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베트남, 호주 등에도 수출된다고 하니 머지않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술이 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전통 술로 '쌀과 누룩으로 빚어 그대로 막 걸러내어 만들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걸리는 대체로 쌀뜨물과 같은 흰빛을 띠고 있다. 지금처럼 규격화된 양조법으로 대량 생산되기 전에는 집집마다 나름대로의 술 빚는 방식이 있어 가문마다 지역마다 맛과 빛이 달랐다. 막걸리는 희다 해서 백주(白酒), 탁하다하여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가 먹는다하여 가주(家酒), 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마신다 하여 농주(農酒), 제사 지낼 때 쓴다 해서 제주(祭酒), 백성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 하여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해서 국주(國酒)라고도 불렸다. 지역에 따라 모주, 왕대포, 탁배기라고도 한다.

 

막걸리는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이지만 그 기원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술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조선 단군께서 신곡이 수확되면 여러 신(神)에게 제사 지냈는데 햇곡식으로 만든 떡과 술, 소를 잡아서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역사로 볼 때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술임에 틀림이 없다. 문헌상으로는 고려 때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 라는 문구로 처음 언급 되는데, 이를 볼 때 그 당시에도 서민의 술로 애용됐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 때에 이화주(梨花酒)라고도 불렸는데 이것은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드는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요기도 되고 흥을 돋워주기에 오랬동안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고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농사철에 농부들이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허기를 달래며 일해 왔다.

 

요즘 막걸리가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6%로 다른 종류의 술보다 현저히 낮고 쌀로 빚어서 몸에 부담이 적다 보니 양은 주전자에 담겨진 대포집 막걸리를 즐겨 마셨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여성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막걸리의 효능을 보면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효과에다 특히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식욕을 왕성하게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크다. 또한, 막걸리가 암 예방과 암세포 증식 억제, 간 손상 치료, 갱년기 장애해소 등에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막걸리에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B, 아미노산류가 풍부하고 구연산과 젖산이 있어 청량감이 있는 상큼한 맛과 갈증을 해소해 준다. 이런 효능에 홍어와 빈대떡, 파전 등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과 궁합도 잘맞다 보니 점점 인기가 높아 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주세령 때문에 우리 전통주의 맥이 끊겼고 광복 후에도 일제치하의 주세행정이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우리의 전통주가 사라졌다. 특히 막걸리는 식량부족을 이유로 만드는 재료를 밀가루 등 잡곡을 사용하게 함으로서 맛이 떨어져 애주가로부터 멀어졌다. 이제 쌀로 빚는 우리 막걸리가 전통의 맛을 되찾았으며 애주가들의 사랑도 받게 됐다. 우리입맛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 수입쌀로 빚고 있는 막걸리를 생산원가가 조금 높아지더라도 국산 쌀로 빚어 품질을 높였으면 한다. 포장용기도 고급화하여 수출도 더욱 늘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처럼 일고 있는 막걸리의 소비증가가 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도 돕게 되고, 수출증가로 인한 국가경제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애주가들도 다소 값이 높아지더라도 국산 쌀로 빚은 순수한 우리 전통의 막걸리를 지속적으로 애용해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

 

/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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