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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검산공원에 '시심의 꽃' 다시 피워내다

송남 이병기 선생 시비 제막식, 아들 이경재씨 감화·전북 문인들 시심 기려

'두레가 나면/ 모두 즐기던 들녘마을에/ 모정에 앉아 가을을 나르던/ 젊은 보람의 결실에/ 울 없이 살아도/ 도둑 없이 도란거리는 이웃에/ 닷새 장 기다려/ 아껴서 남아도는 자녀의 학비에/ 비우는 가난보다 채우는 항아리로/ 배가 부른 보람의 노래에/ 모깃불 피우며 별 이야기 듣던/ 할머니 뒤에 기운 은하에/ 생각하면 떠났던 아픔이/ 풀려오는 봄의 잔디에/ 돌아가야 하리/ 바작으로 부려놓듯/ 두엄같이 구수한 마을에.'(시비 수록시 '돌아가야 하리' 중에서 )

 

시조시인이자 매천 황현 연구의 권위자였던 고 이병기 선생의 시비(詩碑)가 그의 고향인 김제 검산체육공원에 건립됐다. 생전에 9권의 시집과 1권의 수필집, 6권에 이르는 연구 논저를 생산하는 등 한국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기고 지난해 10월 타계한 이병기 선생은 김제를 사랑해 '벽골제'와 '성산' '입석산'을 시와 시조로 노래했으며, 김제가 배출한 한말의 한학자인 이정직 선생의 업적을 발굴하고 소개해 세상에 널리 알린 주인공이다.

 

지난 5일 오후 2시30분 김제 검산체육공원에서 거행된 송남 이병기 선생 시비 제막식에는 이건식 김제시장, 김년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문인 홍석영 허소라 송하선 서재균씨, 전동운 35사단장(소장), 정대현 육군본부 장군 등 300여명이 참석, 시비 건립을 축하했다.

 

양규창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비 제막식에서 김남곤 시비건립 추진위원장은 "오늘 김제 검산공원에 세워진 시비는 그동안 고인이 보여줬던 시문학의 근간이었던 애향심과 자연주의적 시세계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 시비가 한 조각의 돌에 머물지 않고 이 땅의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고 아름다운 시심을 가꾸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건식 김제시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 송남 이병기 선생의 시비 건립을 계기로 김제가 예향의 고장으로서 면모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가족 대표인 선생의 맏아들 이경재 원광대 교수는 인사말에서 "이 자리를 빌어 선친의 시비 건립에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선친께서 이 세상에 남기고 가신 커다란 발자취와 가르침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후손들과 제자들이 힘을 합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병기 선생은 1932년 김제 출생으로 195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현대문학에 시 '내용'이 추천되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석류초','소연가'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지난해 타계할 때까지 시집 「석류초」 등 9권과 「황매천시 연구」 등 연구서 5권, 번역서 「역주매천황현시집」 3권(공역) 등을 펴낸 바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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