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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용병식 교육, 자치단체가 할 일인가 - 김원용

김원용(편집부국장)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력이 되는 부모들도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좀 황당한 이야기지만 서민들 때문에 과외비 부담이 커진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의 오래 전 푸념이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도 자녀의 교육을 위해선 최고를 고집해 족집게 강사의 과외비를 더욱 올리게 된다는 논리다. 한정된 명강사를 놓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오른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엔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사교육을 시킬 일이지, 왜 도에 넘친 과외로 자신들의 고액과외 영역을 넘보느냐는 부자의 특권적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우리 부모들이 논 팔고 소 팔아서라도 아이 교육만은 잘 시키려 했었고, 1~2명의 자녀를 둔 요즘 그 교육열이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다. 돈이 있건 없건, 사회적 지위가 높건 낮건 내 아이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려하는 마음은 똑 같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생기고, 대학이 학생을 모셔가는 시대이지만 사교육비는 되레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고 부모의 교육열과 욕심을 탓할 수만도 없다. 소위 서울의 명문 대학을 나와야 행세할 수 있는 사회 풍토 속에 더 나은 대학을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지역의 족집게 강사로도 양이 차지 않아 요즘엔 아예 서울의 학원이나 유명 강사를 찾아 원정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들린다. 학기 중에도 주말을 이용해 고액 과외를 받으러 서울을 오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으며, 방학이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심지어 선생님들 중에서도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붙들면서 자녀는 1~2달씩 서울의 학원에 맡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 원정대열에 최근에는 자치단체까지 끼어들었다. 완주군과 장수군이 관내 중학생들을 선발해 방학중 서울의 학원에 다닐 수 있게 과외비를 지원한단다. 일견 현실적이며, 학부모들을 위한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기왕 서울원정 사교육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덜어주고, 탈선도 안되게 집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야기 될 것이다.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자치단체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며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사교육 지원은 자치단체의 금도를 넘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 뽑힌 당사자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학생들의 자괴감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교육적으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서울 원정 교육 자체가 공교육을 버리고 사교육으로 내모는 일 아닌가. 학부모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과, 원칙이나 가치가 일치할 수는 없다. 자치단체가 원칙과 가치에 더 무게를 둬야 함은 당연하다.

 

학생 당사자들에게도 꼭 긍정적 효과만을 기대하기 힘들다. 학원 교습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안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시적 효과를 나타낸다 하더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학교 교육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서울 원정교육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우려가 많다는 점이다. 다른 시군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일반 학부모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투자에 여력이 있다면, 중장기적 안목으로 지역의 교육기반과 여건 개선에 투자가 이루어져 할 것이다. 용병식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지 지역의 교육이 살아야 진정한 지역의 교육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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