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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동네민주주의의 실천 - 최성은

최성은(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얼마 전 이메일 하나를 받았다. 풀뿌리 다큐멘터리 "우리동네" 라는 제목이었다. 타 지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소식을 전하는 이메일이다. 아마 동네사람들의 진솔한 삶이나, 동네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기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일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기획의도가 심상치 않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라는 다소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30년전 유신체제에 반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 이후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장 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동네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소 거창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민주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 하고 있을까? 그리고 민주주의는 무엇이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답은 의의로 간단했다. 바로 대화와 소통이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는 지역의 여러 동네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하고 있었다. 지역화폐, 마을 도서관, 공동육아, 마을 축제 등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지역의 주민이 참여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의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주요한 절차가 표결과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이라는 것이다. 때론 수다처럼, 때론 격렬하게 서로의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큐는 결과에 탄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걸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진정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국가적인 의제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도 있다. 전 국민이 모두 모여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론하는 것 중에 하나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고, 그 원인의 하나가 대화의 단절과 소통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대화와 소통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실천함에 있어 중요한 매개체임을 알 수 있다.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매섭지만 비판이 허용되지 못한다면, 과정 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살아있는 민주주의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해가 저물어 간다. 이맘때쯤이면 아마 대부분 한해를 돌이켜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돌아볼 시간인 것 같다. 돌이켜 보니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다. 뜨거웠던 광장의 촛불,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미디어법을 둘러싼 국회의 대치 등 그 어느 해 보다도 다사다난 했다. 아마 내년에도 어김없이 많은 일이 있을 거다. 그러나 올해와 조금 달라졌으면 한다. 새해엔 소통과 대화가 넘치는 왁자지끌한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문제를 토의하는 민주주의, 과정과 소통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느리지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동네 민주주의가 이 동네 저 동네를 비롯해 우리사회 전반에 널리 퍼졌으면 한다.

 

/최성은(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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