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한 해가 벌써 간다. 오늘은 올해의 끝이고, 내일은 새해의 시작이다.
어제는 친구와 막걸리를 마셨다. 좀체로 술을 마시지 않는데, 세모라서 마음이 들뜬 탓일까. 몸에 좋다는 막걸리를 몇모금 마시다 보니, 금방 하루가 지났다.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른가.
시간을 두고 '쏜살' 같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시간의 역사로 따져보면 쏜살 정도가 아니다. 십년이 순간이고, 백년이 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 물리학자에 의하면, 우주의 나이가 137억 살이고 지구는 50억년 전에 태어났다고 한다. 우리가 현재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북극성을 바라본다면 천년 전 것을 보는 것이고, 안드로메다 은하를 바라본다면 2백만년 전을 보는 것이 되며, 10억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한다면 10억년 전을 관측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광대한 시간의 역사 앞에서 인간의 수명을 계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루살이'를 보며 비웃을 일이 아니다. 밤에 북극성을 바라보는 것이 천년 전을 보는 것이라는데, 인간의 생애 백년쯤이 하루살이와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시간의 불감증에 걸린 셈이다.
시간은 만물의 생멸을 지배한다. 시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귀함을 알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의 가치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쓰는 데 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똑같은 시간을 살았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한다. 똑같은 시간을 썼으면서도 어떤 문인은 명작을 남기는가 하면 어떤 문인은 쓸만한 작품 하나 못쓰고 술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어떤 이는 평생동안 거리에서 휴지를 줍는 일을 하면서도 큰돈을 모아 장학기금 등을 만들어 칭송을 받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애초에 큰돈을 가진 부자였으면서도 나중엔 빈털터리가 되어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 온갖 절망 속에서도 시간을 가치있게 써서 큰 인물이 된 경우를 우리는 목격한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어느 것도 그 위력을 앞서지 못한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미래는 주저없이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한다'(실러)는 것이다.
옛시조에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부디 긎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가 있다. <청구영언> 을 엮은 김천택(金天澤)의 글이다. 옛날 사람들도 시간에 대한 생각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던가 보다. 청구영언>
시간의 실체를 보며 정신차리고 살아갈 일이다. 시간은 쓰는 자에 따라 성격도 달라진다. 성장을 기르는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패배를 안겨주는 악마가 되기도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지만, 그를 붙잡지 않으면 안된다. 시간이 없이는 기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는 이들은 저마다 충고한다. '성인은 한 자(尺)의 벽보다 한 치(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劉安), '시간을 서투르게 쓰는 자가 시간이 짧다고 불평한다'(브르예르),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 데 쓰고, 유능한 사람은 시간을 이용하는 데 쓴다'(쇼펜하우어)….
사람은 언제나 할 일이 많고, 시간은 아껴도 모자란다.
/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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