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어린 여동생이 아이를 낳았다. 돈 없는 학생 신분이었던 삼촌은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2년 전 겨울부터 써온 동화. 시는 쓸 때 힘들고 쓰고나면 성취감이 느껴진다면, 동화는 쓸 때에도 즐겁다.
'꽃 켜는 아저씨'로 동화부문에 당선된 백상웅씨(29·우석대 문예창작학과4). 그는 2008년 '제8회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된 젊은 시인이다. 창비에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역시 신춘문예의 열병을 앓고있던 문청(文靑·문학청년). 이번에는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후배들의 시를 봐주다가 써놨던 동화를 고쳐 같이 보내게 됐고, 엉겹결에 당선돼 주적(主敵)이 됐다.
'꽃 켜는 아저씨'는 여자친구와 벚꽃이 활짝 핀 밤 캠퍼스를 걷다 얻은 소재. "벚꽃이 한꺼번에 밤 중에 켜진 것 같다"는 여자친구 말에 "그거 나 줘라"하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우석대 문창과 수업은 특이해요. 안도현 교수님은 꽃이름이나 꽃 피는 순서를 자주 물으시죠. 그걸 동화로 쓴다면 아이들에게 꽃 피는 순서도 알려주고 이야기로 감동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꽃 켜는 아저씨'의 아저씨는 안도현 교수님이세요."
시인이라고는 교과서에 나오던 김지하 김수영 백석 정도만 알던 시절. 수업시간 선생님이 불러주던 '타는 목마름으로'란 노래에 '시가 저렇게 멋진 것이었구나. 나도 저런 시를 한 번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현실과 관련된 동화가 많이 나오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현실을 알려주는 것은 아닌가 걱정될 때가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타지를 쓰되 그 안에서 현실 이야기를 다루고 싶습니다."
동화를 쓰는 데 있어 지금은 어떠한 제약이나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는 백씨. 다만, 어렸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 궁금해 했던 것들을 되새김질하며 동화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동화란 어렵지 않아야 한다. 쉬운 소재와 주제, 쉬운 문장과 내용…. 어려운 내용은 쉽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동화가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아름다운 세상을 가르쳐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 나에게 동화란? 동심 그 자체. 동화를 쓰면 지금 머리 아픈 일들도 말끔히 사라진다. 동화로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판타지 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싶다.
▲ 문학의 힘이란? 문학은 오래 남는다. 이것만이 문학이 가진 오래된, 강한 힘이다. 그러나 문학은 되도록 힘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해 이야기할 줄 알고,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을 것이다.
▲ 동화를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세상.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은 세상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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