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22:5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일반기사

시 김혜원씨 "삶의 진실이나 진정성 시로 표현"

'먼지'로 시부문에 당선된 김혜원씨(49·우석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는 개인전을 네차례나 한 사진작가다.

 

우석고 국어교사로, 동료교사인 이세재 문정희씨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시란 모든 예술 중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가 시를 쓴 것은 순전히 사진때문. 어렸을 때부터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건상 국문학과에 들어갔고, 좌절된 꿈 때문에 결국 사진을 뒤늦게 전공했다. 사진을 찍게 되면서 카메라로 다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 속에 시로 남기 시작했다.

 

"사진과 시의 차이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도, 솔직히 아직도 많이 헷갈려요. 사진적 주제를 가지고 시로 쓰면 늘 실패하거든요. 사진은 시보다 현실 가까이에 있고 시는 현실 너머 저쪽, 상상의 세계를 사진보다 훨씬 많이 필요로 하는 장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시도 결국 허구지만, 잘 만들어진 허구 속에서도 배어나올 수 밖에 없는 육화된 삶의 진실이나 진정성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가 사진과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 교수님께서 사진가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카메라를 메고 괜히 재고 다니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부터 모든 먼지가 제 눈에 의미있게 띄게 시작했어요."

 

당선작 '먼지'를 쓰면서는 먼지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그치지 않도록 일반화하려고 노력했다. 가난하고 허름하고 고단한 인생살이를 성찰하고 그 견딤과 희망을 드러내어, 우주 속 하찮은 한 점 먼지를 모든 인간존재의 초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먼지' 안에 세 편의 시를 묶어놓은 것은 개성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말할 때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진으로 지형과 환경에 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시도 생태환경주의 쪽으로 갈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은 공부 중이니 행로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신춘문예 출신이 많이들 문단의 미아가 된다던데, 지금 시를 못 쓰는 것은 괜찮지만 앞으로 시력이 쌓이고도 못 쓸까봐 걱정이 된다"며 수줍게 웃었다.

 

▲ 나에게 시란? 시는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맑고 간결하고 섬세한 꿈. 맑다는 것은 시경에 나오는 사무사(思無邪), 마음에 사악함이 전혀 없다는 경지를, 간결하다는 것은 시의 압축성을, 섬세하다는 것은 유일무이를 위한 지극히 미묘한 차이의 결을 말한다. 그리고 꿈은 상상력이다.

 

▲ 문학의 힘이란? 문학에는 현실을 위무(慰撫)하는 힘이 있다. 개인적 현실이든 시대적 정치사회사적 현실이든, 현실을 위안, 위로, 격려, 고무, 고양하는 힘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 시를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육화된 삶의 진실 혹은 진정성.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휘정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