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대부분 모르거나 무관심…개최의미 상실" 반발
사단법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2010년 제3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 앞서 일본 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국악인 대부분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무관심해 개최 의미를 상실했다는 평가다.
특히 해마다 전주대사습을 공동개최, 전국에 생방송해 온 MBC가 올해부터는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내팽겨 둔 채 겉치레에만 신경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대사습보존회는 전주문화재단, 전주시, 재일본전라북도도민회와 함께 '전주대사습놀이 일본대회 실행위원회'를 꾸리고 2월 20일 일본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과 동경한국학교 체육관에서 '제1회 전주대사습놀이 일본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경연종목은 판소리, 민요, 기악, 무용, 농악. 일본 대회는 국내 대회가 참가자격을 '대한민국 국민 또는 해외 교포로서 만 20세 이상'으로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인의 참여를 허용하고, 농악 부문에 사물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일본 대회 입상자는 단오에 맞춰 열리는 올해 전주대사습에 출전하게 된다.
1억2000만원 정도 예상되는 비용은 재일본전라북도도민회와 실행위원회가 일본 현지 후원을 통해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도내 국악인들은 전주대사습 이름을 걸고 후원받는 것을 마뜩찮아 하고 있다. 전주에서는 심사위원과 축하공연단을 파견하는 데 필요한 예산 2500여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판소리를 전공한 한 국악인은 "일본에 방문했다가 전주대사습이 일본에서 열린다는 홍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실력있는 국악인을 배출해 내는 데 내실을 다져야 할 전주대사습이 일본 대회를 연다는 것은 이벤트성 말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국악인은 "일본에서는 일본 대회에서 입상하면 국내대회 본선에 바로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며 "무엇보다 전주에서 일본 대회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대회는 보존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기는 했지만, 내부에서도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존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국악인은 "일본 대회가 충분한 논의나 검증없이 추진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1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행사를 지금 이 시점에서 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김정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은 "국악도 국제적인 교류가 중요한 시대인 만큼 전주대사습도 국내에서만 안주할 것이 아니다"며 "올해는 일본대회를 열지만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대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이사장은 "일본대회에서 입상하더라도 전주에서 열리는 전국대회는 예심부터 치르도록 할 계획"이라며 "일본인과 사물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전주대사습의 확산의 의미로, 앞으로 운영규정상으로도 보완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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