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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이 그린 한국소설 지도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 출간

"김정호가 순전히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최초의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었듯이 그도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그와 동시대의 우리 문학의 지도를 만들었다."

 

소설가 박완서 씨가 문학평론가 김윤식(74) 씨를 가리켜 한 말이다.

 

박씨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김씨가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한국 소설을 읽는 열정적인 현장비평가라는 것은 널리 공감대가 형성된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도서출판 강 펴냄)은 김씨가 2007년 7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을 대상으로 월간 '문학사상'에 매달 썼던 월평을 묶어낸 책이다.

 

2005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실었던 월평을 묶어 낸 '현장에서 읽은 우리 소설'에 이은 것이다.

 

책에는 박민규, 김연수, 김애란, 한유주, 정한아 등 젊은 작가들부터 신경숙, 구효서 등 중견작가들과 서정인, 박완서, 최일남 등 원로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100명의 작가들이 발표한 148편의 단편소설에 대한 김씨의 평이 실려있다.

 

"작가들을 전경화하고 제 귀먹고 눈먼 글은 그 뒤로 물러서기" 위한 저자의 전략이라고 하는데, 주제나 시기순이 아니라 작가 이름 가나다 순으로 글을 배치하고 작가별 복수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나란히 싣고 있어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효과적으로 엿볼 수 있다.

 

김씨는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은 모두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작가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평가도 정교하다. 특유의 문체로 한발 물러서 작품을 읽어내는 가운데 때로는 넘치는 칭찬도, 때로는 따끔한 고언도 쏟아낸다.

 

가령 김중혁 씨의 단편 '엇박자 D'에 대해 "너무 완벽하여 도무지 흠잡을 수 없다"며 '유리의 도시'에 대해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물컹물컹한 자의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 나라 문학판에 작가 김중혁이 버티고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씨는 서문에서 "여기 실린 글들은 이 나라 작가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작품들에 대한 제 존경의 결과물"이라며 "만일 이 글들 속에 한 군데라도 신통한 곳이 있다면 응당 그것은 제 존경의 강도나 밀도의 드러남일 것"이라고 말했다.

 

59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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