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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그들만의 논리, 그들만의 세종시 - 권순택

권순택(민생사회팀장)

"버스가 낭떠러지로 가고 있는데 그대로 갈수 있습니까?"

 

엊그제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서 국무총리실장이 밝힌 입장이다. 참으로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책임있는 정부 고위당국자로서 비유와 논리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세종시가 낭떠러지라면 지난 6년동안 세종시 입안과 추진에 관여해 온 전임 대통령과 정부 국회 각계 전문가들 모두가 국민을 낭떠러지로 몰고 갔단 말인가. 세종시가 왜 '낭떠러지'인지, 또 그렇게 단정한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먼저 밝혔어야 마땅하다. MB정부나 서울공화국의 시각에선 세종시가 낭떠러지일지 몰라도, 국민과 지역의 입장에선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대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버스 승객에게 낭떠러지로 가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길로 가는 게 좋겠습니까 묻는 과정이다"고 밝혔다.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 이미 행정중심도시를 포기한 채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꿔놓고서, 또 다음달 국회에 세종시 수정법안을 상정하겠다고 하면서 뒤늦게 "승객에게 묻는다"고 하니 소도 웃을 일이다. 만약 국민 다수가 반대한다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과연 버스에 탄 승객이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소위 '강부자' 내각으로 불리는 고위공무원 전용버스인지, 아니면 왕 재벌들만 태운 최고급 리무진버스인지…. 그들에게 세종시는 모두 낭떠러지로만 보일 수 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서울공화국을 떠받쳐 온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사람들에게 세종시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으로 가는 첩경이다. 왜냐하면 세종시로 옮겨가기로 한 정부의 9부2처2청과 그 산하 36개 기관, 16개 국책연구기관은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그 곳으로 이전하는 140개 산하기관과 그 궤적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행선지가 서울 U턴 아닌, 행복도시로 가는 버스라면 이들 지방민들에게 먼저 물어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땅값 특혜시비에 대한 해명도 어쭙잖다.

 

평당 조성원가 227만원 짜리 땅을 36만원 헐값에, 그것도 왕 재벌들에게 특혜 분양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 여론이 들끓자 영국과 미국의 한국기업 유치사례를 꼽았다.

 

"삼성전자가 스코틀랜드 윈야드에 투자할 때 100만평의 땅을 영국 정부에서 1파운드에 팔았고, 미국 앨라배마에 현대 자동차가 갈 때 땅을 거의 공짜로 주었다"

 

국민을 무슨 유치원생 수준으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외국기업 유치와 국내기업 투자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세계 초 일류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서 국민 세부담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면 몰라도 당연히 국내에 투자하는 특정 재벌기업에만 엄청난 특혜를 준다면 과연 누가 동의할 것인가. 새만금과 전국 10곳에 달하는 혁신도시, 또 세종시와 성격이 유사한 전국 6개 기업도시에도 똑같은 혜택을 줄 것인가. 그럴 경우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부담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 공기단축도 의문이다.

 

충청도민의 반발을 의식, 2030년 완공시점을 10년 앞당긴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MB정부 임기가 이제 3년 남은데다 공기를 앞당기려면 예산의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다음 정부나 대통령이 과연 뒤치다꺼리에 나서겠느냐는 말이다. 세종시도 정권 바뀌고 2년만에 백지화되는 마당인데….

 

국민적 합의없이 급조된 세종시 수정안을 합리화하려다 보니 그 논리와 주장이 정말 군색하기 이를데 없다.

 

/권순택(민생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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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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