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짜다' 출간
시인과 소설가들이 그림과 글로 자신들의 내밀한 모습을 공개했다.
'작가가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가짜다'(헤럴드미디어 펴냄)에는 42명의 작가가 그린 자화상과 '나'에 대해 쓴 글이 함께 수록됐다.
상당한 수준의 그림 솜씨를 갖고 있어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연 소설가 윤후명 씨는 두 봉우리 위에 자신의 얼굴과 새가 있는 그림을 그렸다.
"내가 쓰거나 그리는 행위는 나를 '바로 보자'는 선을 지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애초에 '나'는 없었던 것이다. 삶이란 자기를 완성해 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바꿔 말해도 되겠다. 두 봉우리로 그려진 땅이 있고, 그 위 하늘에 새가 있다. 그런데 내가 나라고 그린 얼굴은… 과연 누구인가. 내 희망인가, 절망인가. 차라리 멸(滅)을 향한 환(幻)인가."(17쪽)
소설가 마광수 씨는 "현재의 내 모습은 그동안의 풍파 때문인지 후지기 그지없다"며 "다시 태어난다면 '야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커다란 눈과 긴 손톱을 가진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자화상 대신 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생일 카드에 그려준 그림을 실었다.
커다란 눈에 넥타이를 맨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에 대해 작가는 "그 아이는 분명 지금의 나와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 생일 카드로 보냈으므로, 장차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살펴 분수와 능력에 걸맞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려 했었던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승원, 이순원, 박범신, 권지예, 김종광, 윤이형, 김경주 등 중견부터 신진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이 개성 넘치는 자화상으로 자신의 속살을 내보였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작가가 그린 자화상'이 그려낸 한국문학의 사생활은 구상적 선에서부터 현란한 색채나 도표로 가득한 발랄한 상상력까지 다양한 폭과 깊이로 제시되어 있다"며 "이제부터 독자는 탐정이 되어 작가들이 널어놓은 빨래 속에서 작가의 진짜 삶과 허구적 진실의 단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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