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 감시뿐 아니라 환경 괴롭히는 현장도 잡아내죠"
전북환경운동연합 소속 밀렵감시단을 이끄는 김대곤 단장(56)은 지난 15일 호주머니에서 '산림청 숲사랑지도원증'과 '전주지방환경청 명예환경감시원증', '해양수산부 수산자원보호명예감시관증' 등을 꺼내 보였다.
그가 음지(?)에서 '환경 파수꾼' 구실을 하고 있는 배경엔 그의 부모님 영향이 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총을 든 강도가 집에 들었어요. 어머니는 오른 팔에 총을 맞았죠. 강도는 3년 만에 잡혔고, 집으로 현장 검증을 나왔어요. 검증을 마치고 강도가 경찰 지프에 타려는데, 아버지가 달려가 우유와 빵을 주는 것을 우연히 봤습니다."
현재 밀렵감시단 대원은 모두 6명. 대부분 지난 1995년부터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김 단장은 특히 겨울철 비가 오는 밤에 밀렵이 성행한다고 말했다. 이런 날에는 야생동물들이 도로가나 주택가로 내려오고, 움직임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건전한 레저 스포츠로서의 수렵은 장려해야 하지만, 법령의 한도를 벗어나는 '밀렵'은 근절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야 먹이사슬 등 생태계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렵 감시 활동을 하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낀 적도 많다.
"예전 검찰과 경찰, 도 산림과와 같이 단속을 하던 시절, 임실에서 불법 사냥하는 것을 목격하고, 제 차와 대원 차 한 대로 퇴로를 막았습니다. 그런데 밀렵 차량이 후진과 전진을 세 차례 반복하더니 저희 차를 들이받는 겁니다. 결국 2km 도주하다 논으로 처박혔지만,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김 단장은 아직 우리나라에 '환경'이라는 단어가 낯설던 1990년대 초반 심야전기보일러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공기와 물을 깨끗이 해주는 물질을 수입했지만, 모두 '망했다'. 시대를 너무 앞지른 탓이다. 김 단장은 "그 뒤에 시작한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평소에도 '환경을 괴롭히는' 현장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육안으로 봐도 뒤따라가는 차의 시야를 가릴 만큼 매연을 심하게 내뿜는 차량이 있으면 현장에서 차량 번호와 장소, 시간 등을 적어 환경운동연합 본부에 보낸다. 또 다슬기 채취 허가 구역이 아닌 곳에서 배나 고무튜브 등을 타고 수중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종패(씨조개)까지 싹쓸이하거나 건축 폐기물 등을 산 속에 파묻는 것도 그의 '계도 대상'이다.
남원과 진안 등에서 산양삼 농장을 운영하는 김 단장은 "산에서 생활하다 보면 야생동물이나 자생식물을 자주 본다"며 "수백 년 동안 내려오던 것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이것을 복원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 모든 분야가 발전하고 있는데, 유독 환경만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조상들로부터 좋은 환경을 물려받았으니, 이를 잘 쓰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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