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산악반 인연 17년째 매주 산행…이론공부 병행하며 건강·우정 다져
산이 좋아, 산에 간다. 이들이 사는 낙은 일주일에 한 번 정기산행에 오르는 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인연의 끈을 맺은 지 17년이다. 전주화요여성산악회의 일주일은 주간 일기예보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주 YWCA 산악반에서 태동한 화요여성산악회는 40대 ~ 60대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 17명에서 시작된 회원은 머릿수가 약간 늘어 34명으로 단출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지만, 산과 친해지는 일은 단박에 되지 않아서다.
"산에 매력을 느껴야 돼요. 1~2년은 해야 화요일이 그리워지죠. 하다 보면, 다른 모임도 우스워집니다. 다 제껴두고 이것부터 챙기게 되거든요. 산의 마법입니다."
화요여성산악회의 '골수팬'인 차인자씨가 말문을 열었다. 건강을 위해, 색다른 취미를 갖고 싶어서 혹은 친구 꼬드김에 넘어가서 등등 이들이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유는 각기 달랐다. 하지만 한결같이 매주 산행을 하면서 산을 향한 애정은 무조건적으로 바뀌었다. 산행을 통해 눈빛만 쳐다보아도 깊은 속마음까지 다 읽을 수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안 밟아본 산이 없어요. 완만한 산부터 바위가 많고, 절벽이 깎아지르는 산까지 다 가봤죠. 그런 산행을 거치고 나면, 인내력이 길러집니다. 등반에 대한 자신감은 생활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되구요."(박진호씨)
박진호(53)씨와 윤동선(54)씨는 화요여성산악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청일점. 등산화나 등산복 없이도 운동화와 평상복 을 입고 산행은 할 수 있지만, 산에서 길을 잃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말은 곧 진리로 간주된다.
이들은 지난달 4~5일에도 덕유산 종주를 시도했다. 최고봉인 황적봉에 근접했을 즈음, 폭설주의보로 산행을 멈추라는 전화를 받고, 미련없이 돌아섰다고 했다. 산에 대한 애정이 미련이나 집착으로 이어지면 안된다는 것을 익히 들어와서다.
"아쉬움도 크지만, 기상이 안좋은 데 산행을 감행하는 것은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산에 오르는 것보다 더 위험해요. 아무리 산이 좋아도, 이럴 경우 대장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이합수씨)
박씨는 여성들이다 보니, 무리한 경쟁 보다는 서로 잘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자연을 즐기는 태도가 우선되는 것 같다며 비슷한 체력과 비슷한 감성을 지닌 여성들끼리 선후배 울타리가 돼 등반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을 보고 느끼면서 공유하는 태도가 산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점도 남성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산행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산에 대한 이론 공부가 대신한다. 독도법(지도가 표시하고 있는 내용을 해독하는 법)을 익히는 일과 산의 특성과 지형을 살피는 일도 산행의 일부. 박씨는 그런 꼼꼼한 산행 덕분에 지금껏 산 사고가 한 번도 발생되지 않았다며 이것이야 말로 화요여성산악회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산 덕분에 우울증도 낫고, 허리디스크도 치유됐다고 하니, 화요대장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산이 산을 찾는 이들에게 항상 오래된 벗으로 남는 그 날까지 이들의 산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의 010-8569-1199. cafe.daum.net/ytm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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