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써야"…'천지 보은회' 결성 생활녹색운동 전개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는 '3덜 운동' 실천하여 물질과 정신의 조화 이뤄야"
나와 우주는 한 몸, '3덜 운동' 실천하며 환경공동체 만들어야
김주원 교정원장을 만나기 위해 잘 정돈 된 배산 공원을 거쳐 익산에 있는 원불교의 심장 중앙총부를 찾았다. 바로 앞에 원광대학교가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2015년이면 원불교 100년을 맞는다고 한다. 교단 전반에 대한 평가와 제도 개선에 대한 워크숍이나 기념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경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그마한 난초 화분과 청자 빛 머금은 찻잔이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교정원장 집무실에서 맑고 온화한 기운이 듬뿍 느껴지는 김주원 교정원장을 만났다.
원불교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인터뷰의 주제를 의식한 듯 여러 교리 중에서 환경과 관련된 것들을 주로 거론했다.
"원불교는 생활종교이고, 환경운동은 생활실천운동이기 때문에 환경은 원불교의 교리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즉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균형 있고 조화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점이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의 말대로 원불교의 개교 동기는 물질문명의 발달과 풍요에 비해 인류의 정신문명은 오히려 날로 쇠약해져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만약에 물질문명에만 치우치면 육신은 완전하나 정신이 병든 불구자와 같습니다. 또 정신문화에만 치우치면 정신은 건전하나 육신이 병든 불구자와 같고요. 그러므로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을 병진시켜야만 인간세계는 평화롭고 안락한 세계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은 과학문명이 자연의 조화를 깨뜨린 결과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심을 줄여야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깨달음을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어떻게 펼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앞서 밝힌 원불교 개교 이념을 표어로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실천하는 일은 '천지 보은회'가 맡고 있다.
천지보은회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실천해 온 노력들을 전문화하고, 흩어졌던 운동역량을 교단적 틀로 엮어 타단체와 연대해 공동선을 위해 전진하겠다"면서 2000년에 창립한 교단의 대표 환경단체란다.
수도자와 교도 모두 한마음으로 식사는 '3채 1탕'으로 검소하게 하고, 폐식용유로 비누도 만들고, 지렁이를 이용한 텃밭 가꾸기도 하고 EM제품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특히 EM(유용 미생물군)제품은 식품의 산화를 방지하고, 음식 쓰레기의 발효효과는 물론 악취를 제거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등의 자연 소생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도들은 늘 마음 수련을 해서 실천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은 아직까지 '녹색실천'이 미흡한 이유를 김주원 교정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음식점에 가 보면 하루치 잔반이 우리 교당 한 달 치 잔반만큼 나오더군요. 너무 반찬이 많은 탓이지요. 세계 곳곳에서는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지금 풍요롭다고 함부로 하면 반드시 '빈천'의 벌을 받게 될 겁니다."
이 곳 식당에서는 매일 200명 정도가 식사를 하는데 음식 찌꺼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 날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간소한 반찬 덕분이라는 걸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다.
전주가 맛의 고장이고 반찬이 푸짐하다고 자랑으로 여겼는데, 온실가스 배출과 관계된 일인지라 이제는 달리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경내에는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물도 있고, 1970년대 이전으로 복원 중인 건물도 있었는데 현재 모두 사용하고 있는 건물들이다. 대개 1920~50년대에 흙과 나무로 지은 건물들로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닮은 건물들이다. 엄청난 산업 폐기물이 될 요즘의 아파트를 보면 왜 그리도 새 것, 큰 것, 화려한 것들만 찾는지 걱정스럽다.
결국 실천이 안 되는 원인이 "근본적으로 천지와 내가 하나"라는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라는데, "내 울타리를 내 집 마당으로 좁게 한계 짓지 말고 천지로 경계를 넓혀야 한다"고 일갈한다.
그에게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없는지 묻자, 그럴 필요가 없단다. 교당에서 공동생활을 할 때나 가정에서나 '마음 공부'만 확실하게 되어 있으면 무엇 하나 허투루 쓸 일이 없다며 미소짓는다. 천지가 나와 하나라는 마음만 있으면 집에서든 밖에서든 한결 같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과학과 문명을 비판한다고 해서 원시로 가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가치 없게 쓰여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지요. 긴요치 않은 불은 끄고, 긴요치 않은 물은 잠그고."
마지막으로 그는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는 '3덜 운동'을 실천하여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교단에서는 천지보은회의 '내가 먼저, 우리 함께' 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길 원한다. 그러자면 '우주가 한 집안' 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야겠다.
/황춘임 (전북의제 21 성평등분과위원장)
※ 이 기사는 본보와 전주의제 21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인터뷰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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