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7 14:38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독자마당
일반기사

[독자마당] 얼굴 없는 천사들의 재단 - 서호련

서호련(한국 새사도교회 주교·세무사)

사회가 다 무너지는 것 같아도 시대를 훈훈하게 만든 고마운 분들이 세상엔 많다. 조선 정조 때 기녀 출신으로 평생 모은 돈 천금을 내놓아 굶어 죽어가는 10000여명의 제주도민을 구했던 김만덕이 그렇고 오늘 이 시대에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그렇다. 서울의 어느 공원에 세워진 벌거벗은 아기들 조각상에 남 몰래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혀오던 어느 여인내의 이야기도 우리를 훈훈하게 했다. 지난해말 남원의 산동면사무소에도 꾸겨진 돈 300만원이 든 박스를 퀵 서비스로 보내왔다. 지난해 남원관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얼굴 없는 기부자가 47 명이었다. 지난 2월 3일엔 대전의 92세된 할머니가 평생동안 미나리 팔고 보따리 장사한 돈 15억을 대전 한밭대학에 헌납 하였다.

 

그런데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의 기행이 유독 어두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더 없는 훈훈함을 주고 있다. 이 따스움을 경제적 효과로 계산다면 얼마나 될가? 지난 2000년부터 전주시 노송동사무소에 주고 간이래 10년 동안을 매년 성탄절 전후에 이름을 밝히지 아니한 체 동사무소에 전달한 성금이 모두 1억6136만 원에 이른다. 동사무소에서는 이 돈을 소년소녀 가장과 홀로사는 노인 등 어려운 이웃 607 세대에 10만-30만원씩 전달했다고 한다. 전주시는 동사무소 앞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로로 부르기로 하고 그 선행을 기리기 위해 주민센터 화단에 조그마한 기념비를 세웠다. 잘 한 일이다. 하지만 그 돈을 그렇게 조금씩 나누어 준 것도 좋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정부분을 모아서 얼굴 없는 천사들의 재단을 만들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놓은 돈의 내용을 보니 필시 우리와 같은 서민임에 틀림없다. 그의 선행과 정신을 계속 기리기 위해서라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자들만의 서민들의 조그만 동전들이 함께 하는 얼굴없는 천사들의 재단 말이다. 그것은 분명 잠재하고 있는 시민들의 선한 마음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념비위에 LED 전광판을 설치하여 재단의 계좌와 함께 표시되는, 늘어나는 액수를 지나가는 시민들이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기부한 시민들이 그것을 보면서 이것이 나의 재단 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면 이 아니 흐뭇한 일이겠는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마이크로 소프트를 개발하여 세계 제일의 부호가 된 빌 게이츠는 지난 2000년 그의 부인과 함께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인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고 이 재단에 24억 달러(27조원)를 기부 하였다. 2006년엔 미국 제 2위의부호인 워런 버핏이 그의 재산의 86% 인 37억달러(37조원)를 이 재단에 기부했다. 이 재단을 통하여 그 부부는 소아마비퇴치 에이즈 말라리아 백신개발, 빈민지역 특히 아프리카 빈곤국가에서 죽어가는 수십만 어린 아이들을 살리는 일에 투입하고 있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들의 재단이나 게이츠의 재단이나 그 값어치는 같다. 오히려 얼굴 없는 천사들의 재단이 우리에게 더 감동을 줄런지 모른다. 그 돈의 일부를 가지고 북한의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에게 우유를 사서 보낸다면 이것은 필시 노벨 평화상을 받는 일이 될 줄도 모른다. 한국의 컴패션(어린이 자선재단)을 통하여 수년전부터 아이티의 어린아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의 연예인들이 어찌 오늘 이렇게 고마운가?

 

행복이란 마음이 즐거운 것을 말한다. 마음이 즐거우려면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 꼭 갖은 것이 많아야 베푸는 것만은 아니다.

 

/서호련(한국 새사도교회 주교·세무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