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편집부국장)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메달에 국민들은 자신의 메달인 양 기뻐한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밴쿠버 올림픽은 청량제라 할 만하다.
왜 우리는 올림픽 메달에 열광하고 감동할까.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인기종목이야 연고지 혹은 좋아하는 선수가 있고, 스스로도 게임을 즐겨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경기 규칙조차 처음 접할 정도로 생소한 동계스포츠 종목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올림픽 경기가 아니라면 아마 중계방송조차 보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 우리 선수들이 큰 활약을 하지 못하면 역시 방송 채널을 고정시키는 시청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나선 경기라는 점과, 거기서 우리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에 관심이 가고 감동을 받는다.
더욱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의외의 선전으로 메달을 목에 걸고, 그 이면에 남모르게 고생했던 뒷이야기가 보태지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왜 이런 올림픽에서와 같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우리 정부에게선 나오지 않을까.
오늘부터 이명박 정부의 출범 3년이 시작된다. 기자는 지난해 이맘때 본란을 통해 취임 1년의 초라한 성적표를 이야기 했다. 다시 지난 1년의 성적표를 매긴다고 해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정 전반을 이끄는 정부의 정책과 정책의 집행이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MB 정부 스스로는 2년에 대해 어떤 점수를 매길까. 자신이 낸 문제에 100점을 받지 못하면 그도 안 될 말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조치들을 속속 진행시켰고, 미디어법도 밀어붙여 시행에 들어갔다. 대운하는 당초 공약대로 못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도 닻을 올렸다. 세종시 수정안을 꺼내 여당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의 MB정부 스타일로 볼 때 어떤 희생을 치르든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
상대성이 있는 이들 정책의 경우 반대편에서 보면 모두 낙제 점수겠지만, MB정부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이지 싶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나 여론의 반대 등이 있으면 줄곧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며, 욕을 먹더라도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말로 정면 돌파를 했다. 작년 이맘때 30%대 지지율이 40%대로 10% 포인트 오르면서 자신감도 생겼을 것 같다.
그러나 여러 난관을 뚫고 추진한 정부의 정책과 사업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지난 2년간 감동을 준 정책을 기억하지 못하겠다. 주요 정책마다 갈등과 대립이 난무했던 장면만 생생하다. 정부와 여권에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정부와 여당을 탓하는 것은 갈등을 치유해야 할 입장에 있는 곳에서 되레 부추긴 측면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줬다고 꼬박꼬박 축전을 보내고 있다. 국민이 느끼는 마음을 대표해서 메달리스트들에게 격려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느끼는 희열을 올림픽에서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에서도 느끼고 싶다. 내년도 출범 3주년 결산에서는 정부가 금메달을 따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국민들로부터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가 아닌, 2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아쉬워 할 정도로.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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