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뮤지컬 티켓을 액면가 그대로 사는 관객은 18.5%에 불과했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불경기에 비수기가 겹치면서 공연마다 각종 할인 혜택이 복잡하리만큼 다양하다. 각종 할인 이벤트와 공연 시간대에 따른 가격제 도입 등 할인 마케팅이 넘쳐난다.
내달 개막하는 연극 '음악에세이'는 1부와 2부로 나눠 티켓을 판매하는 이른바 '투 티켓 시스템'을 도입했다.
휴식시간을 전후로 각각 한 편의 에피소드가 공연되며 관객은 한 편만 골라 관람할 수 있다. 두 에피소드 모두 보면 2만5천원, 한편만 보면 1만5천원이다.
제작사 토시드의 한승용 대표는 "관객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관람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주중, 주말 구분과 별도로 월별로 가격을 차별화한 티켓가 시즌제를 적용하고 있다.
관객이 몰리는 11-12월과 7-8월은 성수기로, 상대적으로 적은 1-3월은 비수기로 구분했다. 1-3월에는 성수기에 비해 같은 좌석의 가격이 3만원 저렴하다.
제작사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공연계에 난무하는 과도한 할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수기에 할인 폭을 높이기보다 이를 양성화해 기본 가격을 조정한 셈이다.
충성도 높은 고정 팬이나 단체 관객을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다. 커피전문점처럼 공연장에서도 쿠폰을 발급하기도 한다. '싱글즈'는 티켓을 구매한 관객에게 도장을 찍어주고 5개를 모으면 공연 티켓 1매를 증정한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헤드윅'도 적립카드제도로 재관람객에게 혜택을 준다.
갱년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메노포즈'는 여성들이 모일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엄마만세' 이벤트 등 여성들을 위한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요일별, 시간대별 할인은 더 보편적이다. 평일 낮이나 심야 할인이 대표적이다.
28일 막을 내리는 연극 '엄마들의 수다'는 주부층을 대상으로 오전 11시 공연을 정상가보다 1만5천원 저렴한 2만원에 판매했다.
창작뮤지컬 '빨래'도 수요일 낮 공연을 2만5천원에 할인판매하며, 뮤지컬 '싱글즈'는 토요일 심야 공연을 50% 할인하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와 연극 '엄마를 부탁해' 등 인기 공연도 평일 낮 공연을 30% 할인해 준다.
최근에는 기존 할인율을 뛰어넘는 파격 할인도 불황 타개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연극 '러브FM'은 예매고객 50명을 대상으로 화-목요일 공연을 1천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가격 정책이나 할인 제도는 주로 관객을 끌기 위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티켓 가격의 거품을 빼려면 티켓 가격과 작품 가치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기본적으로 관객들이 공연 가격이 높다고 생각해 할인에 관심을 가진다"며 "비싼 만큼 만족할 작품이 많지 않으며, 가격저항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으로 할인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 가격을 선언적으로 매기지 말고 실제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며 "할인제도를 통합, 단순화할 필요가 있으며, 할인이 만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때에만 주어지는 선물처럼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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