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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조도중 초대전 22일까지 박스갤러리 나비

흙, 예술이 되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양화가 조도중씨(62)의 믿음이다. 물감이 아닌 흙에서 색감을 내기 시작한 것도, 독창적인 예술에 대한 오랜 갈망에서 시작됐다. 22일까지 박스갤러리 나비(관장 박경숙)에서 열고 있는 조도중 초대전은 흙에 뿌리를 둔 자연에 대한 찬가다.

 

"12년 전 고창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부터 흙과 살았습니다. 유화를 참 오랫동안 했는데, 뭔가 새로운 것이 안 나오는 겁니다. 겨울에 산을 오르다 빨간 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색이 참 이쁘다 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흙이었어요. 직감적으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 길로 작업실에 와서 아교를 사다가 색을 만들었죠. 처음엔 7가지 색으로 시작했습니다."

 

기본색인 검정색과 흰색을 찾기가 어려웠다. 먹으로 검은색을 시도해봤지만, 너무 잘 번져 그 역시 실패. 논과 밭을 다니면서, 수없이 흙을 고르고 분류해왔다. 흙을 분리하기 위해 돋보기를 들이대고, 섬세한 명도와 채도의 차이를 나눠 거기에 번호표를 붙였다. 아프리카,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지인들이 공수해다 준 흙은 더없이 소중한 재료다. 하지만 색을 한 번 써버리고 나면 그 뿐. 다시는 똑같은 색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외국에서 공수해온 흙은 가격도 비싸거니와 몇 번 찍고 나면 다 없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는 흙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결과 2000여 종에 이르는 색의 다채로움과 깊이를 추구하게 됐다.

 

그는 또한 사실주의에 입각해 자연을 담지 않는다. 이번에 선보인 20여 점도 담장 밑이나 포도나무가 걸린 풍경을 재해석하고, 색감을 달리 해서 자신만의 그림으로 소화해낸다. 한 작품을 내놓는 데 유독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인들의 재촉도 있지만, 자신만의 느릿한 호흡에 충실하다.

 

"흙과의 만남이 좋았습니다. 흙엔 수확의 계절을 꾸준히 기다리는 참을성이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정직하고 참을성 있게 기도하는 마음을 배우게 됐어요. 이젠 흙이 나 같습니다."

 

그는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1982년부터 1989년까지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강사를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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