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경제생활팀장)
우리는 지난 2개월간 전일저축은행 사태를 지켜보며,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 앞에서 한숨을 지어야 했다. 자산과 여수신 모두 1조원을 넘어선 대형 저축은행이 거꾸러지는 것을 보며 충격과 안타까움, 아쉬움에 빠졌고, 6만 8000여명의 예금주 및 후순위채권 보유자들이 감당해야 할 재정적 손실 앞에서는 망연자실해야 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며 밝힌 전일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는 1,583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1월말 마무리된 당국의 실사 결과, 부실 규모는 무려 4,5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에 가입해 있다. 따라서 전일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5000만원 이하 예금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받는다. 하지만 5000만원 이상 예금은 보호받을 수 없다. 전일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사람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을 적용할 경우 실제 피해자는 5000만원 이상 예금주 3,573명(526억원)과 후순위채권 매입자 183명(162억원) 등 모두 3,756명이다. 피해액은 688억원이다.
10년전 IMF외환위기 당시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로 인해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정부는 예금자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금융기관이 망하면 5000만원까지는 법 테두리에서 보호하겠지만, 이를 넘어선 돈은 예금주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사태 후 예금주들의 피해 사례, 호소 등을 종합해 보면 정작 금융당국은 물론 해당 금융기관도 예금자보호 관계를 고객들에게 적극 알리는데 소홀했다.
전일저축은행 고객 가운데는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피해 예금주들은 "전일측이 5000만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는 피해를 볼 수 있다" 등 원금 손실에 대한 경고를 소홀히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창구 직원들이'요즘 금리가 좋다'는 등의 말은 해도 (손해볼 수 있다 등)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문제점을 일부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처리한 금융 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피해고객들에게 원망의 대상이다.
금감원은 전일저축은행의 경영상 문제점을 알고 지난 2008년 1월 14일 경영개선권고(BIS기준 5% 이하), 같은해 9월26일 유상증자 등 5개 사항 개선 요구했다. 하지만 전일측은 유상증자 등 금감원의 요구사항을 1년 넘게 이행하지 않았고, 당국은 결국 1년 3개월만인 지난해 12월31일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금감원은 전일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측에 지나치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전일은 이 기간동안 유상증자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고금리를 제시하며 많은 예금을 유치했다. 2008년 12월말 1조 1,412억원이었던 수신은 2009년 9월말 1조 3,215억원으로 무려 1,800억원의 예금을 끌어모았다. 이 기간에 전일에 고액을 예치한 예금주들은 금융당국의 때 늦은 조치를 원망하지 않을까.
우리사회에 더 이상의 대마불사 신화는 없다. 전일측이 "설마, 우리처럼 큰 서민저축은행을 영업정지 시킬까?"판단했다면 그것도 문제고, 예금주가 "이렇게 큰 은행인데 설마 망할까?"라고 생각한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만약 "규모가 커서 사회적 파장이 클텐데 기회를 좀 더 주자"고 판단했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이다.
어쨌든 전일측과 감독 당국은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를 모르고 있던 예금주들은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당국은 그들이 무엇을 믿고 금융거래해야 할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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