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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최악의 합의가 두려운 선거판 - 김경모

김경모(지방팀장)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다원화사회에서 분출하는 각양각색의 의견을 모으고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법 가운데 다수결이 가장 명확하고, 뒷수습 또한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사가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정의롭고 정당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의 폭력, 다수의 횡포일 뿐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최상의 합의제도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잘못 악용되면 최악의 합의제도로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하다.

 

정치 분야의 합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많은 경우 다수의 사람들의 뜻이 모아지면 합리적인 방향이 드러나고, 소수의 독선보다 합리적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대전제 아래에서 말이다.

 

이제 지방선거이다. 지역민들의 일상생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선출하는 정치의 계절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미 예비후보에 등록한 후보들은 식당가와 사무실을 오가며 지명도 높이기에 한창이다. 선거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엄정한 정치게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선거를 경험하고, 또 직접 참여도 해봤지만 선거법이란 궤도에 따라 당당하게 진행된 선거는 별로 기억 속에서 꺼내지질 않는다. 이번 선거는 다수결의 대전제인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가운데 치러질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갖은 인연의 끈으로 얽히고 설킨 채 패거리를 지어 돌아다니는가 하면, 또 다른 무리는 브로커들을 집합시키는데 안달이라는 인상을 준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어느 집단이 비정상인 9명과 정상인 1명으로 구성되었다고 치자. 이 집단이 의사결정 방식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도입하면, 언제나 비정상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확대하면 중우정치이다. 이제 80여일 남은 지방선거, 정치꾼들에 의해, 브로커에 의해 지역민들의 뜻이 최악의 합의라는 구렁텅이로 빠질까 두렵다.

 

한 기업체 대표가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며 밝힌 '겁쟁이 CEO는 다수결의 원칙을 숭배한다'는 말이 가끔씩 떠오른다. 잘못된 다수결은 최악의 합의제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도 벌써 20년을 향해 달리며 상당량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지역사회 곳곳을 둘러보면 아직도 부패의 사슬이 이어지고 있고, 행정의 비효율 또한 바로 잡히지 않고 있다. 이 모두가 다수결의 실패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까.

 

각 지역별로 지방선거에 나서겠다고 나선 인물들의 윤곽도 대충 드러났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의 면면을 들춰보면 너무나 뻔뻔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그동안 살아온 과정이 심히 오염된 인물, 최소한의 신뢰성도 기대하기 힘든 인물들이 언뜻 언뜻 보인다. 차라리 자치단체장으로서, 지방의원으로서 능력이 모자라 무능력자로 분류된 사람을 찍고 싶은 마음이다.

 

민주주의는 벼락공부 하듯이 익힐 수 없는 분야이긴 하다. 하지만 성숙에 필요한 시기는 구성원들의 노력에 따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번 선거판에선 다수결의 실패를 대폭 줄여보자.

 

/김경모(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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