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의한 문제점, 국가 간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고발하고 빈국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돌려줄 대안을 찾는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세계화가 가져온 기아 문제를 고발했던 장 지글러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은 신작 '빼앗긴 대지의 꿈'(갈라파고스 펴냄)에서 남반구 주민들의 가난과 굶주림을 부추기는 서구의 '이중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비판한다.
지글러는 서구 열강이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는 인권선언문을 읊고 바로 뒤돌아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채찍을 휘둘렀던 두 얼굴의 역사가 멈춘 게 아니라 겉모습만 바꾼 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기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을 바탕에 깔고 제3세계의 아픔을 그려 나가는 저자의 필치는 생생하고 세세하다.
저자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의 석유생산국임에도 다국적 기업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노동력 착취, 국부 반출로 가난에 허덕인다. 이들 기업은 현지 정치인들을 열심히 '부패' 시켜 사업권을 확보한다.
국제사회 자금까지 잘못 흘러들어 상황을 악화시킨다. 저자는 세계은행(WB)이 훨씬 처참한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돌아가야 할 개발지원금을 나이지리아에 퍼부어 석유기업들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류 역사상 '최악'인 현재의 세계 경제 체제가 "세계화한 서양 자본이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을 비롯해 다국적 민간 기업들로 구성된 '용병'들을 이끌고 신자유주의 이념을 무기 삼아 강요하는 체제"라며 비난을 쏟아붓는다.
그는 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 볼리비아의 변화에서 희망을 찾는다. 아메리카 원주민 농부 출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 정권은 취임하자마자 에너지 사업을 국유화하는 데 나섰으며 그 재원을 빈곤층 구제로 돌렸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의 최종 주문은 "인류애만을 기억하라"는 것.
잘 사는 일부, 못 사는 절반이 동지애를 가지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꿈꾸는 저자는 "국제사회의 다극화란 인권존중, 전 지구적인 사회계약 존중, 생존에 필요한 공기, 물, 식량을 보호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라는 대가를 통해서만 성공리에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영란 옮김. 312쪽. 1만2천800원.
월든 벨로 필리핀국립대 교수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더숲 펴냄)는 식량 문제에 초점을 맞춰 세계화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식량 생산량은 충분한데도 빈부격차와 분배의 실패 때문에 현대의 빈곤층이 굶주리는 것이 아니라 빈국과 개발도상국의 농촌 경제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에 식량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 막혀버렸다는 것.
지글러처럼 벨로도 IMF나 세계은행을 '주범'으로 지목한다. 특히, 그는 IMF가 1980년대 이후 여러 나라에서 벌인 '구조조정'이 어떻게 제3세계의 농촌 경제를 뒤흔들어놓았는지 파고든다.
IMF가 각국 정부에 요구한 정부 지출 감축과 무역자유화는 현지 농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의 농업 지원금이 뚝 끊기고 외국의 자본 기업농이 생산한 농산물이 물밀듯이 밀려오자 농촌은 맥을 못 추고 무너졌다.
저자가 멕시코, 필리핀, 중국,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농업이 세계화로 어떻게 타격을 받았는지 하나하나 분석한 데 이어 내놓은 대안은 물론 '탈세계화'와 '지역화'다.
저자는 식량의 생산량과 소비량, 생산양식과 소비 방식을 결정할 권리가 각 국가에 있는 '식량주권'이 자리를 잡아, 자연에 무리하게 해를 가하지 않는 영세 소농의 활성화와 국가가 관리하는 공정한 가격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기근 옮김. 288쪽. 1만4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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