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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여성, 신체없는 기관? - 이영진

이영진(여성다시읽기모임 회장)

"프로라이프 의사회라고 알아?" 갸우뚱하던 한 선배가 "국경없는 의사회는 아는데…"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를 시술했던 자신의 동료의사들을 형사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의사들의 단체다. 게다가 앞으로도 강력하게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여성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침 튀기며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국경없는 의사회와는 전혀 다르신 단체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국내 최대 언론사에서는 그 장단에 젓가락 두들기며 1면에 낙태문제가 마치 지구멸망의 근본원인이라도 되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정부는 낙태신고센터를 만들어 앞으로 낙태하다 들키면 형사 처벌한다고 종주먹을 들이대고 있다. 그럼 이제 여성들은 이제 몸 사리고 아무런 대책 없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성폭행을 당하든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든 없든 임신하고 출산하고 양육만 하는 그저 모성에 갇힌 '신체없는 기관'이 되어야 하는가.

 

낙태에 관한 논쟁에는 생명과 가족, 국가, 모성, 비혼여성들의 성 등 여러 이데올로기가 복잡하게 교차되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성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존중과 자유로운 선택권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다른 성과 함께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낙태의 역사는 비혼여성의 '성통제' 라는 논거에서 시작되었다. 혼전 여성의 성을 규제하기 위한 한 규범이 낙태금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화의 바람으로 이 규범들은 효력을 가질 수 없었기에 낙태는 음성적으로 언제나 사회 속에 함께 있었다.

 

현재는 저출산의 한 대책으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낙태단속이라는 형법적 대책과 함께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낙태신고센터를 만들어 처벌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처벌 중심의 정책기조를 여성의 몸에까지 확대하면서 여전히 여성들을 그저 출산과 모성의 도구로만 이해하는 듯하다.

 

낙태는 금지와 처벌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통제권이라는 기본적인 인권을 여성들에게 주는 것이 우선이며 사회적, 개인적, 신체적 자유와 평등권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그 책임은 온전히 여성들의 몫이다. 출산과 양육 또한 1차적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 그러나 출산조절에 관해서는 정부와 가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하고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관해 권리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정부안이 퍼지면서 낙태비용이 10배 가량 치솟았다고 한다. 낙태금지로 시술을 해주던 다수의 병원들이 손사래를 치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은 이제 뒷골목으로 가야 한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죽음과 사투를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했던 '언덕에서 구르기'나 '독초먹기', '간장 먹기'라도 해야 하는가? 정부는 여성들의 몸을 어디까지 끌어내릴 것인가?

 

사실 낙태를 즐겨서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낙태로 인해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훼손당하게 되는 것도 여성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에 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은 더 처참할 뿐이다. 소모적인 낙태논쟁은 여기서 멈추고 여성의 몸을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출산조절방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 훌륭하고 건강하지 않을까?

 

 

/ 이영진(여성다시읽기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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