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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만금과 신조어 아리울 - 김환기

김환기(전북대 명예교수)

 

전라북도 서안에 위치한 '새만금간척지구'의 새만금이란 어원은, 1985년 9월 '전북도지역개발계획기본방향수립위원회'에서 명명한 것이다. 이는 1960년대 군산 옥구남부와 부안북부 간척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소위 옥안지구(沃溝,扶安地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건설부가 '김제 만경 방조제(금만방조제)'를 계획 하였고, 그 후 전북도가 이사업을 확장 추진하면서 금만방조제란 말에서 '금만'을 '만금'으로 바꾸고 거기에 새롭다는 뜻을 더하여 그 이름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전북도와는 별개의 독자적 추진이라는 점을 강조 한 것 같다. 1987년 11월 2일 정인용 부총리 주재의 관계장관회의에서 황인성 농림수산부장관이 처음으로 '만경평야에서 만자를 채택하고 김제평야에서 금자를 따온후, 매립되는 지형의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꼬리로 하고 방조제 모서리 부분에서 고군산군도의 섬과 연결 되는 지점을 머리로 했을때 마치 날아가는 새의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라고 하면서, 이중 만금의 사전적 의미는 '썩 많은 돈이나 소중한것' 이라고 사족까지 친절하게 곁들였다. 왜 이런 주석 까지 달았는지는 모르겠다.

 

일반 개인의 이름을 짓거나 그 이름을 해설하는 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터인데, 하물며 공기관이 어떤 이름을 사용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새만금에서 '만'자는 만경강을 의미하지 만경평야를 의미하지 않는다. 만경평야란 김제평야와 중복되며, 과문 하지만 꼬리 둘 달린 새란 어느 나라에도 있을 것 같지 않다.

 

2010년 1월 28일 정부는 '새만금'이라는 이름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우니 글로벌 네임으로 '아리울(Ariul)'을 병행 사용 한다고 공표 하였다. '아리는 순수 우리말로 물을 의미하고 울은 울타리를 뜻하니' 바로 '물의 도시'를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아리울이라는 신조어가 얼핏 듣기에는 그럴싸 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글학회에서 발행한 우리말큰사전에 보면, 아리란 '자리, 갈이, 그저께의 방언, 또는 크다, 속임수의 옛말 등' 이라고 쓰여있지, 한글사전 어디에도 '아리'가 '물'이라고 한곳은 없다. 더구나 울이란 울타리의 준말로 이의 뜻은 '속이 비고 위가 트인 것의 가를 두른 부분' 이라고 했지 도시나 터전 이라고 한 설명은 찿아 볼 수없다.

 

아리울이란 말이 세계인들이 이해하고 발음하기 쉽게 신조어로 만들었다는데, 영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글인 한문으로는 어떻게 표기해야 할것 인가도 고민 했어야 했다. 아리울의 영문표기는 현행 '한글로마자표기법'에 준용하여 잘 만들어졌으나, 혹시라도 외국인들 일부가 아리울을 잘못 발음하여 '에이리을' 이나 '어라이을'로 발음한다면 정부의 의중에 흠이 될수도 있다.

 

아리울과 비슷한 말로 '아리수'란 용어가 있기는 하다. 서울시 수돗물을 상표등록한 이름으로 한강의 옛 이름이다.

 

서기 414년 고구려 제20대 장수왕이 현재 중국 지린성 퉁거우에 세운 '광개토대왕릉비'에 새겨진 글을 보면 '광개토대왕이 아리수(阿利水)를 건너 백잔(百殘,백제의별명)에 진격 하여' 라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서 '아리수'란 지금의 한강을 말한다. 그러나 호태왕비가 발견된 1800년대 이전에는 아리수란 이름이 어떤 문헌에도 소개된 바 없다. 다시말해아리수 자체도 순수 우리말 인지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참고로 물을 가리키는 고어에는 한(漢),패(浿),사(泗)등이 있다. 대표적 예로, 한강은 한수, 대동강은 패수, 만경강은 사수라 불렸다. 혹시 아리울이 아리수에서 인연되었다면 어불성설이다. 새만금은 한강이 아니라 사수 즉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에 있기 때문이다.

 

/ 김환기(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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