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식품클러스터추진단 수석전문관)
새봄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결혼 청첩장이 많이 날아온다. 최근에도 집안 결혼식에 참석하여 새 가정을 이루는 신혼부부에게 한평생 화목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축복하고 돌아왔다.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행복이 있겠지만 남녀가 만나 원만한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남편은 밖에 나가 열심히 일하여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가면서 서로의 장점은 세워주고 단점은 보완해 주는 삶, 바로 그것이 부부간에 상생(相生)하는 길이요 원만한 가정생활의 기본일 것이다. 그 결과 발생하는 시너지효과로는 부부간의 행복지수가 높아짐은 물론 자녀들이 올곧은 품성을 갖고 자라게 되며, 가정 살림살이도 새록새록 피어나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농업(임어업포함)과 식품산업의 관계도 이와 같은 남녀의 부부생활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면 지나친 상상일까. 농업은 남편으로서 식품산업에 필요한 원료농산물을 공급해주고, 식품산업은 아내로서 남편인 농업이 벌어다준 원료농산물을 가지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므로써 서로에게 만족을 주는, 즉 상호 상생하는 산업관계가 아닐까.
기초식량이 부족했던 최근까지 농업은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으로서 우리 경제에서의 역할이 매우 컸던 반면, 식품산업은 그 역할을 제대로 평가받기는커녕 애꿎게 구박받는 며느리처럼 각종 규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식량증산, 국민들의 소득증가,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 등 생활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식품소비의 패턴이 고급화?간편화되면서 그동안 홀대를 받아왔던 식품산업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게다가 현 정부들어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하고 식품산업을 17대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지정하면서 이제 식품산업은 천대(?)받던 산업에서 우리 경제에 새로운 국부(國富)를 창출해줄 신성장산업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농업과 식품산업이 서로 별개의 산업이 아니라 상호 필수보완적인 산업임은 경제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식품산업의 농업성장 유발효과는 27%로, 식품산업이 10조원 성장할 경우 농업은 2.7조원을 동반 성장하게 된다. 최근에 100% 국산 원료 고추장, 국산 쌀 막걸리 및 냉동볶음밥 등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개발과 판매가 붐을 이루고 있고, 정부에서도 기능성 식품산업, 식재료 산업, 농어가 소규모 식품산업 육성 등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사업을 강화하면서 농업과 식품산업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
세계의 식품시장은 현재 4조 달러에서 2020년에는 6조 달러까지 성장하며, 그 중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거대 식품시장에서 우리가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69.4%의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 식품산업의 국내산 농산물 사용비율을 높이고 농업과 식품산업 간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보완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모든 농산물이 식품산업과 연계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기능성 품목과 같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농산물을 전략적으로 발굴하고 새로운 가공기술과 연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둘째, 국내산 원료농산물을 적시?적량으로 식품기업에 공급할 수 있도록 산지를 조직화하고 계열화하는 푸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셋째, 원료농산물 품질의 균일성, 운송비절감, 공급물량의 안정적 확보 등을 위한 전처리시설, 공동수배송시스템 등의 시설확충이 전제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국내산 원료농산물 사용을 위해 노력하는 식품기업과 농산물생산자에 대해 세제지원, 물류비지원 및 연구비지원 등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농업과 식품산업이 더욱 금실 좋은 커플산업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이영주(식품클러스터추진단 수석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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