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중2 딸을 둔 아빠입니다. 요즘 딸아이가 아프고 피곤해서 학교를 자주 쉬네요. 처음에는 지나쳤지만 막상 결석도 하고 돌출행동을 하기도 해 병원에서 건강 검진도 하고 상담소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한창 사춘기로서 민감한 시기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아빠, 기성세대, 시민운동가로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자문하고 후회도 됩니다.
이제 중 2인데 학교에서 저녁 6시까지 생활한답니다. 오후 되면 너무 피곤하데요! 제가 아침 7시에 등교를 시키고 있으니 등하교준비까지 거의 12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네요.
대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 14세 어린 소녀들이 딱딱한 책상에 않아 선생님들이 열성적으로 가르치더라도 긴 시간 수업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네요. 강남을 위한 무한 경쟁의 서열화된 입시와 이에 편승한 교육관료, 여기에 장단 맞추는 부모들의 욕심채우기에 우리의 사랑스런 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제 딸아이가 건강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이웃을 돌아보는 건전한 청소년으로 성장해가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튀는 학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평범한 학생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교육감 선거운동이 한창인데요. 거창한 구호나 변별력 없는 공약보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라고 하고 싶네요.
'영교시'와 '방과 후 학교'가 변질된 학력보강 수업이 되어버린 현실, 학교와 학원의 차이는? 빅뱅을 좋아하고 몸과 옷치장에 신경 쓰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딸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공약은? 학교 현장을 황폐하게 만든 것은 교육관료, 이를 선도하는 교수,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논쟁이나 책임전가식 흠집내기보다 진정 학교현장에 필요하고 교육부장관이 교육감을 고발하는 현실인 10%자치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을 제기해야 합니다. 교육감 후보가 정치인과 찍은 사진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구태 정치인과 다름없는 말 그대로 구태입니다. 얼치기 정치인 흉내를 내며 표를 구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의 학력 신장에 숨어있는 어른들의 허위와 공명의식을 거부해야 합니다.
평생 미국 한 번 가기 어렵고 무역과 학문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영어를 왜 미국인보다 더 설쳐 되며 모든 학생이 이십년을 배워야 하는지 답해야 합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이지요, 논리와 과학적 사고능력을 이야기 하지만 저는 철학과 윤리 공부하며 논리와 과학적 사고를 배운 것 같습니다. 우리의 언어와 역사를 알고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인생에 필요한 것이고 체육과 음악,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면 제 인생은 더욱 건강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놀음이 되어서는 전북교육의 미래도 없고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 없습니다.
'모대학 합격 축' '축 고시합격'이 붙는 학교 현장에 대해 침묵하거나 좌절하는 교사가 많은 오늘,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로 이번 교육감 선거를 보며 학연, 혈연, 지연, 정치연이 아니라 진정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 후보를 선택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영기(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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