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16:05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전시] 조각가 황순례씨, 4년만에 세상나들이 '바람소리' 展

손끝으로 새겨낸 돌조각, 생명을 불어넣다…연꽃 보면서 생명체의 은밀한 움직임에 깊은 감동

"이리 와봐요. 내가 좋아하는 장소 보여줄 테니까."

 

15일 완주군 이서면 용서리 546-5번지 정농미술문화공간을 찾았다. 황순례 전주대 도시환경미술학과 교수(63)에 의해 끌려나간 곳은 테라스. 나무 의자에 다가서니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의 환한 배꽃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있으면 행복해. '배 아저씨'가 이맘 때쯤이면 배꽃이 핀다 해서 개막식 하는 건데. 하늘이 나를 안 도와주네.(웃음)"

 

황 교수는 2006년 정농미술문화공간을 지었다. '벽에 걸다전'에 이어 4년 만에 갖는 '바람소리전'.

 

"나는 학교와 집 밖에 몰라요. '돌쟁이'는 마음을 비워야 돼. 작품 하나 만들려면 첫 감동을 오래 유지해야 하는데,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죠. 내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건 기억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오해도 많이 샀죠. 사람 이름 특히 기억 못해요."

 

 

고집스럽게 혼자 작업하는 그를 위로해주는 건 자연이었다. 2006년 덕진연못에 핀 연꽃을 보면서 생명체의 은밀한 움직임에 감동을 받았다. 소리가 스치고,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보이는 찰나의 여운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수한 연잎을 만들었다.

 

"연잎은 줄기와 잎이 많다 보니까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돌은 무겁고 투박하잖아요. 연잎을 단순화시키면서 크기는 오히려 커졌죠. 무겁고 단단한 대리석이 가볍고 연약해보이는 연잎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감히 내 생애 최고의 기량이라고 자부합니다."

 

94년부터 시작해 2006년에야 비로소 손 턴 작품도 있다면서 '돌쟁이'는 미련하지 않으면 절대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30대엔 세계 최고의 작가가 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참 교만했죠.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다 보니 50대가 돼 있는 거에요. 아뿔싸! 살 날이 얼마 남았구나 하는 다급한 마음에 정말 작업만 했습니다. 나중엔 그냥 원로작가나 돼자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70대가 되려면 10년 가까이 남았는데, 열심히 놀아도 버틸 수 있으려나 몰라요."

 

"가지고 있는 돌을 다 쓰고 나면 노동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그는 "앞으로 정농미술문화공간이 전업작가들을 위해 올바르게 쓰여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예술에서 영원을 읽듯 모두의 가슴에 영원이 담기길 바라는 마음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전시는 5월14일까지 계속된다. 군산 출생인 그는 홍익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미술협회, 한국여류조각회, 홍익조각회, 전북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