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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느닷없는 전람회' 여는 김충순씨

여느 입체작업과는 전혀 다른 느낌…즐겁게 일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지금까지 장르를 나눈 것은 화가들이나 작가들이 아닌, 이들에 기생해서 사는 '뻥론가'의 만행이라고 외치는 미술가. 그래서 뭐든지 손에 걸리는 대로 작업을 해 온 그는 이번에도 이것저것 선을 보인다. 한 가지 더 추가된 게 있다면 나무 작업. 괴팍하지만 순한, 그리고 가끔 마음씨 좋을 때도 있는 제페토 할아버지로 '미나리(美拿里) 미술가' 김충순씨(54)가 돌아왔다.

 

"화랑 벽에 정갈하게 간격 맞춰 작품을 걸고 할로겐 불빛의 반사경 각도를 조정하고, 텅 빈 예배당 같은 고요함 속에 하이힐 소리만 또각또각 울리는…. 그런 전시는 아니에요. 이상할 것 까진 없지만, 뭐랄까…. 완성도가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으로 본다면, 이상한 전시다. 21일부터 5월 15일까지 전주시 효자동 효자동성당 맞은편 미나리작업실과 미나리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스물다섯번째 개인전 '느닷없는 전람회'는 "봄인데, 화들짝 재미있는 사건도 없고" 해서 열게 된 전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문 걸어 잠그고 작업하거나 야행성으로 비밀스럽게 작업하는 게 아니고, 낮 동안 부지런히 작업하고 놀고 먹고 떠들고 생활하다가 저녁이면 집에 가서 아내와 함께 연속극 보는 사람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요.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 요리를 믿고 먹듯이 작가의 생활도, 제작되는 그림도, 팔려나가는 그림값도, 화들짝 뒤집어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란 요즘 하는 정치하고는 달리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씨는 "걸려있거나 놓여있는 작품이 작가 성격대로 작업실 분위기처럼 어수선한 채 널려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시장과 작업실이 함께 붙어 있고, 전시되는 작품들은 완성됐다기 보다는 제작이 진행 중인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리오네트 인형. 파리에서 공부하던 시절 지하철 입구나 공원에서 공연하는 걸 보며 언젠가 저런 인형 하나쯤은 내 손재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 언젠가를 기다리다 영감이 된 지금에서야 톱과 대패를 들었다"고 말했다.

 

목재소에 쌓여있는 자투리 토막들을 골라내어 몸통·머리·팔·다리를 자르고 맞췄다.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성격에 한동안 앓아누었었지만, 새로운 일은 늘 그를 흥분시킨다. 흙으로 테라코타도 만들고 입체 조형물을 만들기도 많이 했었지만, 움직이는 팔다리를 매만지며 세우고 앉히고 눕히다 보니 여느 입체작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피노키오의 제페트 할아버지의 마음을 가늠해 보면서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생각보다 시간 소비를 많이 한 건 인형의 머리카락을 만드는 일. 스킬자수를 하며 털실을 잡아 꿰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였지만,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스킬자수를 꺼내놓고 머리털을 만들었다.

 

철없던 젊은 날에는 그룹전도 많이 했지만, "남들이 차려놓은 무대에 나가 빽댄서 노릇이 하기 싫어" 10여 년 전부터는 개인전만 해왔다. 그는 "지금까지 한우물을 판 건 의지가 대단해서가 아니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하던 짓만 했더니 평생 나의 일이 됐다"며 "이번 전시는 내가 즐겁게 일하는 걸 보여주는 전람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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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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