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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유영희 회장

"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불쌍한 존재가 아닙니다"…비장애인 시각으로 진행하는 행사 진정성 없어

20일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장애인의 날'. 하지만 '장애인의 날'로 인해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커녕 이벤트 장소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날'이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364일간 장애인을 차별하다가 그날 하루만 장애인을 위하는 것처럼 한다면,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어요? 그 하루 마저도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행사가 진행 돼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유영희 대표(52)는 "장애인의 권익이 주목받는 날은 1년 중 이날 하루 뿐"이라며 장애인은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역시 지체 1급 중증 장애인. 12번의 수술 끝에 보행이 가능해졌지만, 손발의 여러 관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그가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올해로 4년 째다. '장애인 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수상을 계기로 문예창작반 강사를 맡으면서 '코가 꿰었다'.

 

전북여성장애인연대는 그간 많은 일들을 꾸준히 해왔다. 문예창작교실을 운영하며 창작집 「장애로부터의 자유」와 생활 속 법률 상식을 알기 쉽게 풀어 쓴 「법과 생활」을 발간했다. 법률 세미나와 건강 및 미용 아카데미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학구열에 불타는 늦깎이 학생들을 위해 '등불 야학교'를 운영, 장애로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못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자식한테 편지 한 통 쓰고 싶어서', '버스 탈 때마다 사람들한테 묻는 게 서럽고 힘들어서', '성경책을 읽고 싶어서' 등 사연은 각기 달랐다.

 

유 대표는 "이곳에서 점수만 따서 학교에 진학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소통해나가는 법을 배운다"며 "후다닥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일보다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해나가는 일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척추측만증에 걸린 친구가 이곳에 왔는데, 얼굴이 정말 무표정했어요. 마음을 솜뭉치로 틀어 막은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2박3일 여행을 갔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처음 가보는 여행이라면서 말도 많이 하고 자꾸 웃고. 이렇게 건강함을 회복해 나간다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불편 부당함이나 차별에 대해 맞설 용기가 생긴다고 봅니다. 자신의 인권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거죠."

 

장애인들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는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이나 장애인 연금 수급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3개국 중 23위에 그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대기업 등이 장애인에 대한 의미있는 배려를 해야한다는 대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여성장애인연대가 여느 시민단체처럼 투쟁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후원금이 필요해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늘 고민"이라는 그는 "자구책을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성장애인들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장애인의 날' 하루 만이라도 버스조차 제대로 이용하기 힘든 냉혹한 현실 앞에 고개 숙인 장애인들을 위한 대안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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