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정치팀장)
정운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가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 2주가 흘렀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 발탁돼 촛불정국에 책임지고 5개월 최단명 장관의 기록을 남긴 그가 집권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서자 각계의 반응이 엇갈린다.
이 대통령의 언급처럼 '떨어뜨리기 아까운 생각이 드는 인물'로 바라보는 도민이 있는 반면 '쇠고기 파동의 주범이 출마는 무슨'하며 발끈하는 유권자도 있다. 당초 우려했던 광우병이 없는 사실에 빗대 '정운천은 희생양이었다'는 재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정운천 출마를 주목하며 다양한 예측을 한다.
현 정권은 정운천이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면 민주당 텃밭이자 한나라당 동토인 호남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표정이다. 이 '가능성'은 궁극적으로 2012년 대선의 정권재창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 승부에 올인한 민주당은 '안방불패' 전북에서 정운천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수차례 선거 결과에 따른 학습효과이자 자신감의 발로다. 설사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도내 지방선거 후보공천서 드러난 민주당의 독선과 파행에 도민들의 반감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민주당 전망은 너무도 낙관적이다.
그런 연유로 세간의 관심은 반 민주당 정서가 얼마만큼 정운천 지지로 연결될지에 모아지는 분위기다. 세간에 다양한 지지율 예측 수치가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사실 정운천은 '새만금을 축으로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향한 중앙과 지방의 쌍발통 전략'을 내걸었고 이는 정치공학적으로 유효하다. 왜냐면 광역단체장이 '지방대통령'일지라도 여당이 아닌 야당 소속이면 중앙권력의 지원이 빈약했던 게 엄연한 정치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운천이 경쟁자인 김완주의 '새만금 감사 편지'를 비판은커녕 치켜세우는 까닭도 '쌍발통'주장이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에 기초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우리는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충돌하느냐, 협조하느냐에 따라 단체장 재임기간의 성과가 판가름나는 경우를 셀 수 없이 경험했다. '정권 푸대접'에 신물난 도민들이 역대 대선에서 전북과 호남 출신, 심지어 호남을 등에 업은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도 그 같은 경험의 산물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운천은 대선에 나섰던 노무현과 정동영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 두고 '고인과 대권주자에 대한 무례이자 정운천 과대평가'라는 비판도 나오겠지만 정운천 출마가 지닌 정치적 함의를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된다.
실제 낙선이 뻔한데도 특정당 독식 지역에 몸을 던진 정운천은 '바보' 노무현을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의 삶과 가치, 철학, 정치적 중량감, 출신지역은 달라도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습만큼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정운천의 실패가 훗날의 가능성을 기약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정동영의 '500만표차 패배'의 최대 원인을 지역구도에서 찾는다면 정운천의 '유의미한' 득표는 그간의 선거풍토를 바꾸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예컨데 한나라당 후보가 전북에서 지역구도를 깨는 수준의 지지를 얻으면 전북출신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동반 상승한다는 것이다. 정운천의 사례를 근거삼아 2년 뒤 전북출신 대선후보가 영남에서 당당하게 표를 달라고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된다.
정운천의 실험을 단순한 실험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성중(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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