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전북농관원장
쌀은 기원전 2000년경 우리나라에 들어 온 후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서 전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농산물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쌀밥 한 그릇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는 88번의 과정〔米(쌀미) 〓 八+十+八)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 가는 쌀이기에 1970년대만 하더라도 쌀이 부족하여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재배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증가하여 시중에 쌀이 넘쳐나면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쌀을 구입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어떤 쌀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보통 맛있는 쌀이라 함은 밥을 지었을 때 쫄깃쫄깃하고 끈기가 많아야 하며 밥 냄새가 구수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좋다. 또한 밥을 씹을 때 조직감이 부드럽고 입안에 잘 달라붙어야 하는데 쌀의 외형만으로는 좋은 쌀을 고르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생산자에게는 품질 향상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높여 줄 수 있는 양곡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양곡표시제는 쌀?찹쌀?흑미?현미 등을 판매할 때에는 품목?품종?생산년도?중량?가공일자?생산자?원산지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제도이다.
이제는 양곡표시사항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누구나 맛있고 품질이 좋은 쌀을 구입할 수 있다.
생산년도는 쌀의 원료인 벼의 수확년도를 표시하는 것으로 최근년도의 것이 가장 좋고 가공일자는 벼를 쌀로 도정한 날짜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가장 최근에 도정한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신동진?일미?추청?호품 등 쌀의 품종명은 해당 품종의 순도가 80% 이상일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일반계라고 표시 한다. 단일 품종의 비율이 높을수록 품종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품종명이 표시된 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밥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품위는 청미, 싸라기, 쭉정이 쌀 등이 적게 포함되어 있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는데 포함된 비율에 따라 특?상?보통이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이중 특이 제일 좋다.
품질은 단백질 함량, 완전립 비율, 품종 순도 등을 표시하는 것으로 단백질 함량은 낮을수록 밥맛이 좋고 완전립 비율과 품종 순도는 높을수록 품종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준들이 최고의 밥맛을 보장할 수는 없다. 벼 재배지역의 토질과 품종, 그리고 재배기술의 차이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곡 표시사항은 소비자들이 쌀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쌀밥이 보약이다' 할 정도로 쌀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처럼 중요한 쌀이 지금은 남아돌아 가격이 하락하여 농업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쌀이 남아도는 것은 풍작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쌀 소비량 감소다. 1970년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30kg이였으나 인스턴트 식품의 범람과 식생활의 서구화로 2009년에는 74㎏까지 무려 56kg이나 줄어들었다.
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무기질, 비타민 등 많은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최근 성인병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식생활과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쌀은 콜레스테롤 저하, 노화방지, 혈압조절, 비만 및 당뇨 예방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쌀밥이 진정한 보약이 될 수 있도록 쌀의 기능과 효과 그리고 각 품종의 맛을 제대로 알고 먹어야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농업인과 미곡종합처리장(쌀 가공공장)도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양곡 표시사항을 제대로 표시하고 못자리부터 가공?판매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한 단백질 함량을 낮출 수 있도록 질소비료를 적정하게 사용하는 등 품질이 우수한 쌀을 생산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쌀 소비도 늘어 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도록 양곡표시사항 점검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으로 있다. 아울러 남아도는 쌀 20만 톤을 시장으로부터 격리하여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논에 벼가 아닌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ha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쌀 수급안정대책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우리 국민의 영원한 주식인 쌀이 지금은 과잉재고로 가격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비자와 농업인,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쌀 소비를 늘려 나가 농가의 소득도 높여주고 농업?농촌의 풍요로운 미래도 약속할 수 있는 쌀로 사랑 받기를 기대해 본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