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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특별한 수업 이야기

소설가 이순원 씨는 중학교 시절 어느 국어 시간 "이 반에는 문교부장관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나?"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기운차게 손을 들었다.

 

교과서를 뒤져보니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고 쓰여있어 자신 있게 "우리나라 문교부장관의 이름은 검정필입니다"라고 답했고, 선생님은 바로 포복절도했다.

 

펼쳐보지도 않을 영어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급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애썼던 그는 그다음 날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는 갖고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의 사연을 비롯해 소설과 시인 18명이 추억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수업을 주제로 쓴 에세이집 '수업'(황소북스)이 출간됐다.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소설가 김종광 씨는 초등학교 산수 시간에 있었던 '검투사'와 '검사조' 이야기를 전한다.

 

선생님은 검투사에게는 칠판 앞에서 산수 문제를 풀게 시키고, 검사조를 불러내 그 답을 검사하도록 했다.

 

검사조였던 김씨는 친구의 답이 틀렸다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자신이 내린 답이 틀렸다.

 

용기를 내 사실을 실토한 그는 선생님에게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웠다며 야단맞았다.

 

사과하는 그에게 친구는 "너두 나 때문에 된통 맞았잖여. 피장파장이지 뭐. 그런디 앞으로는 신경 좀 써. 검사조 애들 너무 건성으로 풀더라구"라고 읊조린다.

 

소설가 양귀자 씨는 오랜만에 발표한 자신의 소설을 읽었다는 어느 독자의 편지를 소개한다.

 

"오래간만에 '현대문학' 2010년 1월호에 눈곱만치 몇 자 적었습디다. 구렁이 알같이 아껴 저금해놓은 수월찮은 돈으로 샀는데, 글이 짧아 원 참, 애간장을 녹입니다. 지금껏 글만 써왔으면 참 좋으련만…"

 

아직 답장을 쓰지 못했다는 양씨는 "다시 소설을 쓴다면, 그 소설은 아마도 많은 부분 이 수업에 빚지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밖에 책은 작은 분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월부 책 장수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갖고 온 것을 계기로 책에 파고들었던 시인 김용택 씨의 이야기 등을 전한다.

 

25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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