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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오준규 사진전 '희망 반올림' 22일까지 전주시민갤러리

몸짓과 표정에서 읽은 '침묵의 감동'

# 1. 그는 옥수수 몇 개를 집어 들고, 집으로 향한다. 구부정한 허리에서 세월이 읽힌다. 옥수수는 홀로 집을 지키는 아내를 위한 것. 작품'나눔의 원리를 알았을 때 나는 이미 가진 자였다'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오준규(38·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 근무)씨의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가진 게 많지 않은 어르신들도 나눔을 실천하며 사는데, 나는 뭐하나 싶었어요. 아직 젊고, 돈도 벌면서 사진도 찍고…. 이미 가진 게 많은 사람이더라구요."

 

# 2. 사람 냄새가 그리운 날에는 포장마차가 끌린다. 작품 '포장마차'에서는 왁자지껄한 대화가 이어진다. 질펀한 분위기에서 주거니 받거니 부딪치는 술잔. 오씨는 "사람 냄새 나는 이 현장이 핏기 없는 무력함을 일깨워 세우는 삶의 충전소가 됐다"고 했다.

 

22일까지 전주 덕진공원 내 시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휴먼스토리 사진전 '희망 반올림'. 사진이 좋았지만, '밥벌이' 때문에 '사진쟁이'가 될 수는 없었던 오씨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다. 지난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사진집 「그 아름다운 힘, 무릇 살아서」 출간과 사진전에 이은 또 다른 '희망가'.

 

"숙련된 촬영 기술이나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만 느껴지는 그런 감동이 아니라 표정과 몸짓에서 읽히는 그들의 삶이 읽히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최민식 선생님도 평생 가난한 사람을 찍어오셨잖아요. 기교도 색감도 아닌 사진에 대한 열정과 사진에 대한 사랑, 그걸 닮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은 소록도 한센병 환자의 삶을 담는 것이다. '소록도에서 오는 아름다운 편지'라는 가제도 만들어뒀다. "돈 되는 사진 보다는 의미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그는 "현장과 역사를 기록하는 관찰자로서 더욱 치열하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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