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 이창호 만큼 고향 명예 빛낼래요
전주 출신 바둑 '지존' 이창호의 뒤를 이을 천재가 나타났다.
전주에서 태어나 송천동 신동초 2학년까지 다니다 서울오 바둑유학을 떠난 나현군(서울 충암중 3년)이 18일 15세 4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프로기사가 됐다.
200번째 남자 프로기사로 활동하게 된 나군 보다 그동안 적은 나이로 프로기사가 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현역 남자 프로기사중 최연소라는 의미다.
나군은 지난 4월 24일부터 1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국기원 주최 제124회 입단대회에서 연구생리그 상위 20명(1위) 자격으로 2차예선 부터 참가해 1회전 3승1패, 2회전 3승1패의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 7연승으로 경쟁자 3명을 압도하는 성적을 거둔 나군은 이날 '자기 집을 겨우 지킬수 있다'는 프로 초단 '수졸(守拙)'의 경지에 올랐다.
여섯살 때 취미삼아 전주시 송천동 신동 어린이 바둑도장(원장 김진홍)에 다니기 시작한 나군은 5개월만에 김원장에 의해 바둑 천재성이 발견됐다.
곧바로 본격적으로 바둑을 공부해 1년만인 2001년 일곱살 때 제3회 한국바둑발전연구회 유치부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큰 일을 저질렀다.
이후 신동초 2학년 때 3년여 동안 배웠던 스승 김진홍 원장의 아마6단 실력을 뛰어넘었고 2003년 10월 서울 양재호 바둑도장으로 유학을 갔다. 2004년 9월엔 한국기원 연구생에 입문할 정도로 기력이 날로 향상됐다.
2006년 제23회 세계청소년 바둑대회 주니어부 우승으로 전년도 준우승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었고 2007년 제7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 국수전에서 우승할 정도로 독보적인 바둑을 과시했다.
나군의 단점은 성격이 여리고 컨디션에 따라 진폭이 있다는 점. 프로입단대회에서 맛본 2패가 자신 보다 어린 동생들을 상대로 한 대국이었다. 나군의 '동생들과의 대국이 부담스러웠다'는 말이 진담으로 들릴 정도.
하지만 나군은 수읽기가 빠른데다 집계산과 끝내기가 강해 '세계 최강' 이창호·이세돌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모자람이 없다는 평을 벌써부터 듣고 있다. 현대의 바둑이 피말리는 승부끝에 집계산에 의한 끝내기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옆에서 말리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바둑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전주화물공제조합에 다니는 나흥주씨(50·바둑 8급)와 김경순씨(45) 사이에 1남 1녀중 막내인 나군이 먹지않으면 먹히는 생존경쟁의 세계, 프로의 반상에서 월드 베스트가 돼 고향 전북의 이름을 빛낼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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