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경제팀장)
13일간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확인됐다. 256명의 당선자에게 축하의 장미 한송이를 보낸다. 그리고 당선자 숫자보다 훨씬 많은 낙선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승자든 패자든 내심 속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과열된 선거전 속에서 상대방을 향해 도를 넘어선 논평을 가하고, 이래 저래 법도 위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승자에게 영광을 안겨주지만 패자에게는 도전의 용기를 준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논평과 폭언을 한 후보들은 사람도 잃고, 인생의 적을 만든다. 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경찰·검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범법자가 된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 설거지 절차만 남았다. 경찰과 검찰, 법원, 변호사들이 바빠질 것이다. 사안이 경미해 벌금형에 그치는 선거사범도 많겠지만, 당선이 취소돼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태도 완전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전주시민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2명의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는 바람에 재선거를 치르는 모욕을 당했다. 전북 정치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A씨는 선거후보토론회에서 인신공격적 발언을 주고받던 중 허위의 사실을 마치 사실처럼 말했다가 금배지를 떼어냈다. B씨는 향응제공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어느 국회의원 당선자의 측근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적발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은 이런 저런 유형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중대 범죄라는 점이다. 다수의 유권자를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파렴치한 범죄에 해당한다. 문제는 많은 선거 후보와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많은 법 위반행위가 드러났다. 한 시장 후보의 부인이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전화 여론조사를 조작할 목적으로 다수의 전화회선을 확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잠적해버렸다. 어느 후보의 측근은 상대후보의 불출마를 조건으로 수천만원을 제공했다가 돈을 받은 후보의 신고로 덜미가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도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서로 맹공을 펴더니 결국 고발장 카드까지 등장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당 후보간 경쟁도 아니다. 하지만 선거판은 정치인들 뺨칠 만큼 치열했다. 치열하다보니 과열되고 고발사태까지 터진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선거를 보여주지는 못할 망정 이전투구 진흙탕싸움을 벌였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선거는 이런 식으로 치르는 것이 아니야. 난 너희들에게 그 점을 강조하고 싶었단다'라고 말할 것인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는 13일은 절대 짧지 않다. 하지만 평소 유권자 눈과 귀에 익지 않은 후보들에게 13일은 너무 짧다. 유권자들도 짧기는 마찬가지다. 마치 벼락치기 공부를 해서 정답을 내놓으라는 강압적인 법이다. 어느날 갑자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후보들이 '내가 가장 훌륭한 일꾼'이라고 저마다 우기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선뜻 한 인물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혼란스러운 유권자들을 향해 '내가 정답'이라고 호소하다보니 마음이 급하고, 어느 순간 법은 오간데 없어지기도 한다. 선거가 끝난 뒤 설거지 시간이 길어진 이유다. 설거지 없는 선거를 기대한다.
/김재호(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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