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지방팀장)
개인과 사회의 속성을 가르는 양자 개념은 다양하다. 성별로는 남녀, 경제적으론 부자와 빈자, 신체적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모든 분야와 학문은 어떤 대상을 둘로 나누어 살피고 분석하는 접근방법을 널리 애용한다.
정치적 양자 개념은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거론된다. 물론 양단의 중간 지점을 거론하면 숱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겠지만, 사회인들의 눈길과 관심의 초점은 주로 보수와 진보에 모아진다.
지난 2일 치러진 선거전에서도 이른바 보수와 진보가 각자 깃발을 내걸로 생사를 건 대격돌을 벌였다.
전북은 이념적 구분에서 특수 지역이다. 진보적 이념에 가까운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란 깃발 아래 서면 선거전이 손쉽고, 당선 가능성이 극히 높아진다는 사실은 도민 누구나 가늠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북 지역은 보수와 진보라는 통상적인 잣대가 전혀 통용되지 않는'정치적 특구'라는데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힘든 것 가운데 하나가 이념이나 사상일 것이다. 이는 어떤 사람이 태어난 이후 자신의 경험과 지식, 사회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 환경 등 셀 수 없는 요인들과 변수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복잡다기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남들은 가장 어려운 분야인 이념과 사상의 변화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한 어이없는 후보들을 목도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언제부터 진보였지' 선거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툭 튀어 나온 말들이다.
한때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냉소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회자 되었지만, 이젠 이를 '진짜 영혼이 없는 사람들은 선거판 후보들'이라고 바꿔야 할 것 같다.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소개되는 언론의 인물 탐구에서도, 거리를 누비는 유세전에서도 낯 뜨겁게 '진보'를 내거는 사이비 후보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상당수가 당선자 명단에 포함된 사실에 또 다시 놀랄 수밖에 없다. 일구이언, 후안무치라는 단어가 절로 튀어 나온다. 이들 정치꾼들에게 4년이란 세월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대의 민주주의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어느 당선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선거와 정치는 정치인도 있고, 정치꾼도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브로커도 있어야 굴러가는 게임입니다.' 극히 현실론적 정치관이다.
이제 선거판은 끝났다. 펼쳐진 멍석도 치우고, 흩어진 쓰레기도 주워야 한다.
사이비란 구더기도 끼어들었지만, 이번 선거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괜찮은 '장맛'도 기대된다.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가 상당수 당선자가 되었고, 이들을 견인차 삼아 새로운 세상이 더욱 밝아질 것이란 희망을 일궈볼 가치가 충분하다. 또 발조차 붙이지 못하던 보수정당 후보도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득표율을 기록, 도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표출되었다.
한 단계 성숙한 도민들의 정치의식 또한 정치꾼 출신의 당선자를 마냥 바라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판에서 변절한 정치꾼이 4년 임기 내내 변심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란다. 아예 이번 기회에 정치꾼에서 탈퇴하고 개심(改心)하면 어떤가.
/김경모(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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