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지조 모독"…"비틀기 진정성 살려야" 의견 분분
남원춘향문화선양회(대표 윤영창·이하 선양회)가 「춘향전」을 소재로 한 영화 '방자전'이 춘향의 절개나 지조를 모독했다며 영화 제작사인 (주)바른손과 시오필름(주)을 대상으로 상영 금지 요청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선양회는 "「춘향전」 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문화 100대 상징이자 외국어로 많이 소개된 작품인데, 이 영화가 춘향이 방자와 놀아나는 것으로 묘사해 춘향의 정신을 훼손시켰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윤영창 대표는 "남원은 춘향을 부덕(婦德)을 상징하는 실존 인물로 여겨 묘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고 춘향선발대회도 열고 있는데, 이 영화가 '열녀 춘향'을 '훼절한 춘향'으로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특히 춘향과 남원의 이미지가 연관돼 있는 상태에서 이 영화가 이곳의 명예와 자존심을 먹칠했다고 강조했다.
영화제작사측은 이에 대해 '방자전'은 「춘향전」을 바탕으로 하지만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창작물이라고 강조한 뒤 원작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젊은 세대들이 「춘향전」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자전'은 개봉 일주일 만에 관람객 100만 돌파를 앞두고 있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춘향전」이 갖는 유명세에 고전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비틀었는가에 관한 관람객들의 호기심이 컸다는 분석. 이미 「춘향전」은 200여 개나 되는 이본(異本)이 이어져 오면서 창극, 연극, 영화 등으로 재창작되고 있다. 때문에 「춘향전」 의 재해석에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방자에 대한 조명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문학자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방자는 그간 춘향과 이몽룡, 변사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주변인물로만 해석됐으나, 방자에 대한 적극적인 설정이 새롭다"고 해석했다. 이어 「춘향전」 에 관한 다양한 비틀기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것은 이 작품이 그만큼 유명하다는 증거라며 유명하지 않다면 패러디도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영호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도 선양회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춘향의 사랑과 절개를 높게 평가한다고 해서 그 정신이 오늘날에도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며 「춘향전」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춘향을 포르노 배우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19세 미만 관람 금지인 만큼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람객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방자는 신분계급으로도 서민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인물이므로 「춘향전」의 틀로만 보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연 전북도립국악원 교수는 "「춘향전」을 소재로 한 무대에서 이미 방자와 향단이의 사랑이 그려진 바 있다"며 "방자와 향단이는 서민들의 자유분방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인물로 발칙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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