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마시멜로 이야기', '청소부 밥', '배려' 등을 비롯해 서점가를 수년간 장악하던 자기계발서 거품이 꺼지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제난 속 직장인의 필독서로 불리고, 어린이용 버전까지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했던 자기계발서는 2008년 초를 정점으로 인기가 한풀 꺾이기 시작해 지난해도 뚜렷한 하강곡선을 보였고, 올 상반기 들어서는 더욱더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20일 교보문고가 내놓은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안에 든 자기계발서는 모두 12종. 2008년 상반기 21종, 지난해 상반기 17종에 이어 계속 감소 추세다.
인터넷서점 예스 24에서도 자기계발과 외국어 등 실용분야 도서들의 인기가 시들했다. 지난해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17종이 포함됐던 자기 계발서는 올해는 8종으로 줄어들었다.
서점들은 자기계발서를 외면한 독자들의 눈길이 인문학 관련 책들로 옮겨갔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의 올해 상반기 인문학 분야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2.6%에서 올해는 12.7%로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오른 인문학 서적도 지난해에는 3종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는 하버드대 입학생들의 삶을 추적한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의대교수의 저서 '행복의 조건'(35위), EBS 교양다큐 프로그램의 내용을 엮은 '지식 프라임'(44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청춘의 독서'(56위), 정재승 KAIST 교수와 미학자 진중권 씨의 '크로스'(68위) 등 7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아직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47위), '그림으로 읽는 생생 심리학'(49위), '위험한 심리학'(55위) 등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짙은 심리학책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비교적 묵직한 주제의 인문학책들도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는 "인문학 강연 등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인문학 책들이 인기를 끈 것 같다"면서 소설 분야, 경제.경영 분야, 외국어 분야 등 여러 분야 가운데 자기계발서의 하락과 인문학의 상승이 가장 돋보이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자기계발서의 몰락과 인문학책의 분발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서로는 한계가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새로운 성찰이 필요했고 이에 인문학 서적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아직은 변형된 자기계발서인 심리학 책들이 인문학 서적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 등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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