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편집부국장)
남아공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축구에 지구촌이 열광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응원도 삼복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직장에서 혹은 지인들끼리 경기 스코어를 예상하는 토토와 야외 거리응원, 생맥주 한 잔 기울이며 경기를 즐기는 풍속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월드컵이 가히 4년 만에 연례적으로 열리는 국민적 축제로 불릴 만하다.
그런데 하나 아쉬움이 있다. 축제의 중심에 있는 23명의 태극전사에 전북 출신이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적 축제에 어느 고장 출신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것이 너무 지엽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왕이면 우리 고장 선수가 하나쯤 끼어 있고 그 선수가 멋진 경기를 펼친다면 지역의 스포츠 마케팅에도 더 많은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스포츠에서 과거 전북 출신들의 활약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축구 역시 전북 출신들의 활약이 적지 않았다.
전북 축구의 역사는 거의 한국 축구 발전사와 같이 했으며, 때로 한국 축구를 선도하기도 했다. 많은 쟁쟁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북에서 배출돼 한국 축구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전북이 배출한 국가대표는 채금석 선생을 시작으로 대략 20여명선. 정남식, 조남수, 차경복, 김홍복, 유문성, 최길수, 김성철, 김경중, 정태훈, 최재모, 길기철, 최상철, 남대식, 김영철, 유동춘, 조긍연, 노수진,유동관, 장정, 고정운, 노상래 등이 전북 출신 국가대표로 활약한 태극전사들이었다.
특히 김제 출신의 정남식 선생(2005년 작고)은 한국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한국 축구계의 산증인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가 작고했을 때 그의 업적을 기려 '축구인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는 2002년 한국축구가 4강에 올랐을 때 "우리 선수들이 과거에 생각할 수 없었던 뛰어난 성적을 거둬 선배로서 무척 기쁘다"며 좋아라 하셨던 인터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에 앞선 세대의 채남식 선생은 일제시대 국가대표로 활약한 인물로, 그의 호를 따 금석배 전국축구대회가 전북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매년 초중고 전국대회가 전북에서 열릴 수 있는 것만으로 전북 축구의 위상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그런 축구의 고장 전북에서 98 프랑스 월드컵때 완주 삼례 출신의 고정운을 끝으로 단 한 명의 월드컵 태극전사를 배출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박지성이나 박주영 같은 스타가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다. 왜 대형 스타가 발굴되지 못했느냐는 근래 6~7년간 전국체육대회에서 전북 축구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것으로 답이 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도내 대학팀이 7개로 늘고 여성 축구팀과 생활축구 등이 많이 활성화돼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반을 조금씩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축구계가 스타 발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엘리트 중심의 체육정책이 능사는 아니지만, 체육 스타가 생활체육의 저변확대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보아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태극마크를 단 한국 선수단 속에 전북 선수 이름이 당당하게 올려졌으면 좋겠다. 전북의 박지성도 함께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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