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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37)명창 김소희①-우아한 아름다움

판소리 세계 가장 잘 어울리는 '한국적 여인'…대가다운 풍모 간직…죽을때까지 깨끗한 성대 유지

김소희는 오래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자 소리꾼으로 군림했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박록주나 박초월도 물론 대단한 소리꾼으로 김소희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지만, 판소리에 대한 이해의 깊이나,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품위 등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늘 앞에 놓였다. 나이는 박록주보다 열두 살이 어리고, 박초월과는 1917년생으로 동갑이다. 그럼에도 김소희는 박초월보다는 중앙 무대에 먼저 진출했고, 박록주와도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다.

 

박록주는 1927년에 첫음반을 냈다. 김소희는 1933년에 첫 녹음을 냈고, 박초월은 1934년에 냈다. 일제강점기에 낸 음반 수로 보면 박록주가 153장으로 가장 많다. 박초월은 9장을 냈는데, 그 중에서 4장은 <흥타령> 과 <육자배기> 이다. 김소희는 103장을 냈다. 박록주는 김소희보다 열두 살이 위이기 때문에 김소희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중견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역시 녹음이 많다. 그러나 박초월과는 같은 나이인데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김소희는 음반을 많이 냈다. 그만큼 김소희가 서울에서의 활동이 많았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최고의 명반이라고 하는 빅터(Victor)판 <춘향전전집> 에서 김소희는 춘향 역을 맡았다. 박록주는 주로 향단이 역을 맡았다. 그러니까 김소희는 등장부터 벌써 주역을 할 수 있는 소리꾼이었던 것이다.

 

김소희는 또 대가들에게 두루 소리를 배웠다. 직접 배운 사람들만 해도, 송만갑, 정정렬, 이화중선, 박동실 등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대가다운 풍모를 간직할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소희는 죽을 때까지 깨끗한 성대를 유지하였다. 박록주가 중년에 성대를 상하여 말년에는 매우 탁한 소리를 한 것과는 비교가 된다. 또 박초월에 비해서는 오래 살았다. 박초월이 1978년에 별세했는데, 김소희는 1995년에 별세했다. 나이는 같은데도 김소희가 박초월보다 17년을 더 살아서 활동했다.

 

생전에 김소희 본인의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특히 김소희는 1972년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공연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카네기홀 공연은 김소희와 민요, 기악연주자들의 공연으로 마련되었는데, 이 공연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에서 녹음을 하여 음반으로도 발매되었다. 전해 들은 바로는 미국의 신문에서 이 공연을 평하면서 김소희에 대해, 성대의 기량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악가라고 했다고 한다. 등장부터 바로 춘향이의 역할을 맡을 정도였는데, 세계적인 음악홀에서 공연을 하고, 또 세계적인 기량을 인정받았으니 자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러면 동시대에 활동했던 다른 소리꾼들과 김소희의 음악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박록주의 판소리는 남성적인 꿋꿋함이 특색이다. 박록주가 동편제 <흥보가> 인 <김정문 바디 흥보가> 를 잘 불렀던 것은 이 때문이다. 박초월은 서민적인 판소리를 추구했다. 박초월의 소리가 애원성의 한 극치를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초월이 처음 녹음을 할 때 <육자배기> 와 <흥타령> 등 민요를 많이 녹음한 것도 박초월의 애원성과 무관하지 않다. 박초월은 <춘향가> 에서도 서민적인 월매 역할을 최고로 잘했다. 김소희는 천생 춘향이나 심청이에 어울린다. 목소리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다소곳한 한국적 여인에 가장 잘 어울린다. 김소희는 자신의 판소리 속에서 속된 맛은 극도로 줄여나갔다. 김소희의 <춘향가> 나 <심청가> 에는 다른 바디에 있는 속된 사설들이 다 제거되어 있다. 소리를 할 때도 악을 쓰는 듯한 창법을 구사하지 않고, 가능한 한 편안하게 소리를 했다. 너름새에서도 과도한 몸짓은 피하고, 춤동작으로 시종하려고 했다. 이러한 김소희의 판소리 세계는 한 마디로 말하면 '우아한 아름다움'이라고 이름붙일 만하다. 그리고 그것은 진채선 이후 우리나라 여성 판소리가 도달한 최고의 경지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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