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23:51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방송·연예
일반기사

2010 한국전쟁 드라마 부진…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KBS와 MBC가 야심차게 내놓은 두 편의 전쟁 드라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특히 MBC '로드 넘버 원'의 경우는 시청률이 6-8%로, 130억 원의 거대 제작비를 감안하면 참패 수준이다.

 

KBS '전우'는 14-16%를 유지하고 있어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회당 4억 원(총 80억 원)을 투입한 드라마치고는 아쉬운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두 드라마가 한국전쟁을 그리면서 전투 장면에는 충실하지만 이념 논쟁을 피하려다보니 스토리와 메시지가 불분명한 상태가 됐다고 지적한다.

 

▲ 진일보한 영상미..전쟁장르 개척 = '전우'와 '로드 넘버 원'은 나란히 영상미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맞춰져 있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국내 드라마 촬영 여건을 고려하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드라마 PD들은 입을 모은다. 여전히 폭파신 등 특수효과 부분은 눈에 거슬리는 점이 있지만 시청자들도 전투 장면에 제작진의 땀과 노력, 시간이 응축됐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구본근 SBS 드라마 CP는 11일 "두 드라마의 전투신 모두 현재 한국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이미 초일류의 콘텐츠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외로운 싸움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이들 드라마가 전쟁장르를 개척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우'의 김형일 CP는 "1975년 KBS가 '전우'를 선보인 이후 30여 년간 국내에서는 전쟁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우'와 '로드 넘버 원'은 전쟁 장르를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CP는 "스태프 모두가 처음 하는 촬영이라 군사 지식이 부족해 폭파신 등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그러나 이번 촬영을 통해 제작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향후 전쟁 드라마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우'..건조한 전투 드라마 = '전우'의 제작진은 "전쟁과 인간의 이야기"라며 "전쟁과 사랑이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전쟁과 사랑을 테마로 잡은 '로드 넘버 원'과 확실하게 다른 길을 걷는 '전우'에는 제작진의 말대로 멜로가 없다. 여자 출연자도 거의 없다. 이태란, 이인혜 정도인데 그나마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드라마는 우정에 집중한다. 이현중(최수종 분) 분대장이 이끄는 분대원들끼리의 끈끈한 전우애에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드라마가 내내 남성적이고 건조하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대부분의 시간 전투가 펼쳐진다. 국군도, 인민군도, 중공군도 매일 싸운다.

 

제작진은 미국 드라마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멜로를 배제하고 전쟁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우'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스타일만 가져왔을 뿐, 스토리의 힘은 따르지 못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인간군상의 다양한 갈등이 효과적으로 녹아있어야 하지만 '전우'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충분히 풀어지지 못하고 전투에 가려진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는 끈끈한 전우애에도 불구하고 여성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해 시청률이 답보 상태다.

 

▲'로드 넘버 원'..차고 넘치는 사랑 = 반대로 '로드 넘버 원'은 주인공간의 사랑이 차고 넘쳐 전쟁이라는 본질마저 가리고 만다.

 

주인집 아씨와 머슴의 관계로 시작된 이장우(소지섭)와 김수연(김하늘)의 관계는 전쟁을 거치며 절절하고 비극화하는 연인을 대변하게 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서사극에서 멜로는 빠지지 않는 요소이지만 '로드 넘버 원'은 그 비중 조절에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고 말았다. 수연을 향한 장우의 사랑은 무서울 정도로 강하지만 수연과 정우의 화학작용을 이해하기에는 스토리 곳곳에 빈 구석이 보이고, 삼각관계에 놓인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청춘스타 세 사람의 얼굴 위로 펼쳐지는 전쟁은 가슴 시린 멜로의 한 배경에 머물고 만다.

 

구본근 CP는 "올해 최대 역작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그 예측이 100% 빗나가 참 당황스럽다"면서 "이 드라마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모두 사후적인 것으로 지난 2년간 이 작품을 준비한 제작진으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반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 CP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6.25를 잊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대중은 대단히 솔직한 존재"라며 "6.25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불분명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가 6.25를 다시 살려 일으키기에는 이들 콘텐츠가 임계점을 넘지 못한 셈이 됐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은 지금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드라마 PD는 "기존에 숱하게 보아온 전쟁 속 멜로를 가지고는 현재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전우'의 전략은 옳은 선택이었다"면서 "특히 '로드 넘버 원'은 청춘스타에 의존하다 보니 전쟁 이야기가 다소 가볍게 흐르는 경향이 있다. 중장년층을 끌어들일 요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공'도 전쟁에 대한 고민도 없어 = 두 드라마 제작진은 2010년 '반공'을 외치는 촌스러움을 피했다.

 

1975년 원작에서 '반공'의 메시지를 뿜어냈던 '전우'는 2010년 리메이크작에서는 '반공'이 아닌 '반전'을 택했다. '로드 넘버 원'은 아예 여주인공 수연이 얼떨결에 가입하긴 했지만 남로당원이다.

 

김형일 CP는 "옛날처럼 반공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 드라마를 지원한 국방부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배달의 기수'를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제작진이나 국방부나 이 드라마를 통해 전쟁과 안보에 대한 경각심, 전우애가 고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감한 이념문제를 빼다보니 전쟁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어지고 연쇄작용으로 스토리와 메시지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특집극이라는데 두 드라마는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우리는 그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하는지에 대한 길잡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6.25를 기념해 만들었다는데 두 드라마는 한국전쟁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채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