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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⑫원추리

하룻날의 아름다움

원추리, 작업을 하다 고개를 돌리니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좋다. 마당에 몇 해 전 심어 놓았는데 푸짐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자라나고 있다. 골목 너머의 유원댁 담장 밑에도,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뒷산에도 활짝 피어있다. 가뜩이나 더위를 못 견디며 싫어하는데도 따가운 햇볕 속에 따뜻한 색을 띠고 있는 꽃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잎사귀는 밑동에서 얼싸안으면서 두 줄로 마주 나고 길게 뻗은 선형은 부챗살처럼 퍼지며 달린 모습이며 그 사이에서 우뚝 솟은 꽃줄기가 올라온다. 끝에 6~8갈래로 짧게 갈라져서 한 송이씩 차례로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수명은 고작 하루이다. 그렇지만 한 송이가 피고 지면 다음날에 다른 송이가 피고 지기를 반복해서 여름 동안 내내 볼 수 있어 다행스럽다.

 

어딘지 낯선 듯한 원추리란 이름은 중국에서는 '근심을 잊게 한다'는 뜻의 '훤초(萱草)'라 부르는데, 이것이 '원쵸리' 또는 '원츌리'로 변화되었다 한다. 당나라 황제가 양귀비와 함께 정원에서 꽃을 보고 즐기다가 '원추리를 보고 있으면 근심을 잊게 되고 모란꽃을 보고 있으면 술이 잘 깬다.' 했다고 하고, 시인들도 원추리를 노래하면서 '망우(忘憂)'란 말을 잊지 않고 사용했다 한다. 이러한 정서는 우리에게도 이어져 신숙주도 '가지에 달린 수많은 잎처럼 일이 많지만 원추리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잊었으니 시름이 없노라.'라고 노래하기도 하였다 한다.

 

이들의 '잊고자 함'은 내공의 깊이일까? 원추리가 그토록 아름다워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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